[사설]가상통화 대책 유출한 내통자 색출해 문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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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상통화 규제 대책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내용이 유출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트코인 등 투기 양상을 보이는 가상통화에 대해 정부는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거래 차단을 골자로 한 투기 방지 대책을 13일 오전 차관회의에서 확정하고 오후 2시 36분 언론에 e메일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 보도자료는 언론 배포보다 2시간 39분 빠른 오전 11시 57분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으로 게시됐다. 이 때문에 13일 오전 10시 1899만∼1900만 원 선을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차관회의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30분간 17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오전 11시 57분 보도자료 유출 뒤 1900만 원까지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어제 “공직자들이 온당하지 못한 외부세력과 내통하고 있다”며 유출자를 밝혀내고 그런 사람이 공직을 무대로 딴짓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 대책회의 시간과 언론 배포 시점을 감안하면 보도자료와 관련된 공무원 중에 유출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직 공무원이 공직을 이용해 부정한 세력에 정보를 제공했거나 사익을 위해 정보를 빼돌렸다면 사익과 공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을 심각하게 어긴 범죄자나 다름없다.

이번 정부 대책은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하거나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당초 검토안에 비해 대폭 약화된 내용이다. 고강도 규제를 우려한 이들이 매물을 쏟아내 비트코인 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미리 알 경우 저가 매물을 사들여 차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사전 유출된 자료가 투기에 악용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이 온당치 못한 외부세력과 내통한 공직자로 인해 또 한 번의 투기 광풍을 일으킨 형국이다.

지난달 주거복지 로드맵 자료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먼저 게시되는 등 현 정부 들어 자료 유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는 정부가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 같은 관경(官經)유착 세력을 놔둬선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자료 유출자를 찾아내 엄단하고 공직윤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비트코인#가상통화 규제 대책#이낙연 국무총리#관경유착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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