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車 위기 탈출 노력 쇠사슬로 묶은 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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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증산하려는 사측에 맞서 현대자동차 노조가 27일 울산 1공장 파업에 들어갔다가 어젯밤 10시 일단 조업을 재개했다. 올 들어 아홉 번째 파업이다. 노조 간부가 생산라인을 쇠사슬로 묶어 버리기도 했다. 판매 부진에 빠진 현대차에서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해온 것이 7월 출시 후 국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코나다. 현대차는 유럽에 이어 내년 미국에도 코나를 수출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노조와 증산을 협의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었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따른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라인 조정에는 노조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요구로 노조 협의권을 남용한 불법 파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 노조는 공장 내 창문 설치, 현장 관리자 타 부서 전출, 협력업체 생산 부품 공정 회수 등 현행법(소방법)에 위배되거나 인사권,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를 했다.

현대차는 올 들어 글로벌 시장 판매가 작년보다 6% 줄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각각 35%, 13%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크지만 중국 차의 점유율 잠식도 무섭다. 미국에서는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차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젊은층이 주요 타깃인 소형차는 유행에 민감해 인기 있을 때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차에 수요를 빼앗길 수 있다. 노조가 요구 관철을 위해 사측의 이런 절박함을 인질로 삼은 정황이 짙다.

현대차 노조가 ‘귀족 노조’ 소리를 듣는 것은 단지 많은 연봉 때문만은 아니다. 파업으로 언제든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비난을 자초했다. 1987년 노조 설립 후 31년 동안 파업이 없었던 해는 4년뿐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생산량을 맞추는 데 급급해 노조에 끌려다닌 경영진 책임도 크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어제 “사규와 법률에 의거해 책임을 엄중히 묻고 불법 행동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는 외면한 채 제 몫만 챙기려는 노조의 행태에 회사도 엄정 대응하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현대자동차 노조#현대차 노조는 귀족 노조#노조의 행태에 회사도 엄정 대응하는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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