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채용비리 관련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열고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공직 유관단체 1100여 곳의 5년 치 채용 과정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사 청탁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청탁에 의해 채용된 직원은 원칙적으로 퇴출하며, 채용비리 연루자는 중징계하는 등 비리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 2012∼2013년 신입사원의 95%가 국회의원과 전·현직 임직원의 청탁으로 들어온 실상이 드러나면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공동체를 좀먹는 망국병(亡國病)으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28개 공공기관 중 18곳에서 최소 805명이 부정 채용됐다니 채용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는 시대, 열심히 취업 준비한 청년들이 자신보다 뒤처지는 이들에게 밀려 ‘빽’ 없는 부모를 원망하고 불공정한 한국 사회에 분노하지 않았을지 가슴이 먹먹하다.
공공기관에 이처럼 채용비리가 판치는 것은 정관계 인사들이 공공기관을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공기업 사장과 임원들도 보은인사, 전관예우에 따라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처지여서 힘 있는 자들의 청탁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의 직장’까지 사유화한 특권 계층이 끼리끼리 기득권을 누리겠다고 반칙을 자행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관(官)의 입김에 두려움을 느끼는 민간기업에는 인사 청탁이 없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청년들의 공평한 기회를 빼앗고 공정 경쟁의 원칙을 무너뜨려 국가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채용비리가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은 그 어떤 적폐보다 크다.
방만한 공공기관의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공언했던 사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취업준비생을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채용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장부터 감사까지 낙하산 인사로 가득한 공공기관에서 인사 비리가 근절되고 경쟁력이 살아날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공공기관 인사를 종식하는 것으로 이번 조치의 진정성을 보이기 바란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개입한 권력형 채용비리는 철저하게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이번 전수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책 완비도 필요하다. 성실하게 살아온 부모들이 변변한 연줄 하나 없어 자식 취업도 못 시키는 못난 부모라고 자책하지 않는 나라가 될지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