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에 역사탐방 나섰던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죽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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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지방 지린 성에서 그제 한국의 지방 공무원들이 탄 버스가 추락해 공무원 9명과 여행사 사장 등 한국인 10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희생된 공무원들은 행정자치부 소속 지방행정연수원의 중견리더과정(지방직 5급 대상) 연수자들로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동북지방의 고구려·발해 유적과 항일 독립운동 터를 둘러보는 역사문화탐방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사고 차량의 중국인 버스 운전사가 맞은편에서 오던 버스를 피하려다 추락하면서 함께 숨졌다는 증언이 나온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운전사의 과속이나 부주의, 버스 정비 불량, 동북지방의 열악한 도로 사정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사고 발생 1시간 이상 구조차량이 오지 않았고 초기 대응도 미흡했다니 안타깝다. 중국 정부는 사고 원인 파악과 부상자 치료 등 후속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사고가 난 지역은 백두산과 고구려 발해 유적지 등이 몰려 있어 특히 7, 8월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여행사들이 경쟁적으로 ‘저가(低價) 여행상품’을 내놓으면서 일정을 무리하게 짜는 사례가 많다. 4박 5일 일정의 이번 코스만 하더라도 정상적으로는 7박 8일은 잡아야 안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규모 연수 또는 패키지 관광의 경우 국내 여행사가 해외의 현지 업체에 숙소 교통 식사 등 모든 일정을 맡기는 ‘하청’ 시스템이 부실 관광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 연수 과정에서 세금을 들여 이런 식의 주마간산(走馬看山) 해외탐방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어제 희생자들과 유족에게 조의와 위로를 표하고 공무원들의 ‘해외현장학습’ 중 안전사고를 당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정부는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시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국#역사탐방#공무원#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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