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에 바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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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는 당헌과 당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 기구이다. 굳이 혁신위의 법적 성격을 규명해 본다면 ‘당대표의 정치적 자문기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따라서 혁신위의 결정은 당대표의 결단으로 공식기구를 통해 집행될 때에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 물론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이 늘 법규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다. 정당 내에서는 정치적 효력이 법적 효력을 앞설 수 있다. 그러나 그러려면 주요 구성원들의 정치적 합의가 요구된다. 최소한 묵인이 필요하다.

혁신위 결정을 당대표가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당내에 다양한 정파로 구성된 공식기구들이 혁신위의 결정에 무조건 따를 리가 없다.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혁신위마저 실패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강력한 야당은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성공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혁신위에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혁신위는 당내 위상을 분명하게 인식하라. 몇몇 혁신위원의 발언에서 당내 불만세력을 통합하려는 겸손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급기야 혁신 대 반혁신의 구도를 설정하는 모습은 마치 점령군처럼 보인다. 이러한 태도로 혁신위의 결정에 대한 당내의 정치적 합의나 묵인을 얻어낼 수 있겠는가? 혁신위는 당내 불만세력에게도 대결이 아닌 단결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둘째, 혁신위에 선거에서 패배한 평당원들을 보충하라. 혁신위는 침몰 직전의 야당호를 구하기 위해 당장 취해야 할 조치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해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일을 감당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정치 경험이다. 열정과 순수성은 그 다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혁신위원은 현실정치에 어둡다. 당내에는 각종 선거에서 아깝게 패해 당직이나 공직에서 소외된 유능한 분들이 많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당내의 문제점을 통절히 경험한 분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야당 혁신의 과제와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낼 것이다.

셋째, 혁신위는 과욕을 부리지 말라. 김상곤 위원장은 혁신위 구성 직후 뜬금없이 당의 정체성을 들먹였다. 보편적 사회복지에 관해 언급한 위원도 있었다. 야당의 갈등과 분열은 정체성 문제가 아닌 공천권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는 공천제도의 개혁에 집중돼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여당을 압도할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정치 신인들을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혁신위는 공천제도만 혁신해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새정치민주연합#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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