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쟁론]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운전 연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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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운영허가기간)이 끝나 가동을 멈춘 상태. 이 노후 원전을 해체할 것인지, 재가동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달 15일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고 찬반 의견이 그만큼 엇갈립니다. 민관이 합동으로 자연재해 등의 대응능력을 평가했지만 민간 검증단은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했고 정부 측은 “평가기준을 만족한다”고 반대로 평가했습니다. 원전 상태, 사용 기간, 설비 용량 등에 따른 경제성 역시 분석기관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오갑니다. 다음 달 재심의를 앞두고 월성 1호기 재가동 문제에 대한 양측 의견을 소개합니다. 오피니언팀 종합 》

▼ 월성 1호기 안전성, IAEA도 이미 인정 ▼


장창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장창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이달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심의했지만 논의 끝에 결정을 보류했다. 지난 2년 2개월간 지속돼 온 계속운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해결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눈을 해외로 돌려 보면 세계적으로 많은 원전이 건설 당시의 운영허가기간을 넘어 계속운전 중이며 월성 1호기 공급국인 캐나다에서도 이미 9기의 동일 노형이 안전성 평가를 거쳐 30년 이상 운전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국제적인 상황과 달리 유독 우리만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원전의 운영기간은 설계수명과는 무관하게 해당 기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가동원전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정기검사 이외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를 10년 주기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계속운전을 신청할 때는 추가로 미국의 인허가갱신제도의 기술 기준을 반영한 안전성평가 결과를 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심사를 받는다. 이미 미국과 유럽 각국의 많은 원전들이 유사한 과정을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 뒤 최초 운영허가 기간을 넘어 계속운전 중이다.

월성 1호기는 1983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우수한 운전 성능을 보이면서 30년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왔다. 더욱이 2009년에는 5600억 원을 투입해 핵심 기기 교체를 포함한 대규모 설비 개선을 수행해 실질적으로는 새 원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탈바꿈했다. 이후 월성 1호기는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반영해 수소제거설비, 이동형 발전차량 확보 등의 추가적인 안전성 향상조치도 취했다. 이에 더해 2012년에는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IAEA로부터 점검을 받아 안전성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인 유럽형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대형 자연재해 대응 능력을 평가했고 이에 대한 민간검증단의 검증까지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안전위원회에서 이러한 안전성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할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조속히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은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사업자 자체 평가와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평가 모두에서 계속운전이 최소 1000억 원 이상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2008년 급격한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의 충격을 원자력에너지가 상당 부분 완화해 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공급과 확보를 둘러싼 국제 경쟁과 분쟁이 빈번한 가운데 준 국산에너지인 원전의 안정적인 운용을 통한 에너지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달 12일부터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작된 상황에서 타 에너지원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원자력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인 에너지·환경정책과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이렇듯 에너지안보와 지구온난화 완화 측면에서도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월성 1호기가 가동이 미정인 상태로 2년 이상 정지돼 있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계속운전 신청과 심사가 운영허가 종료 시점에야 이루어져 너무 늦다. 최근 강화된 안전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기에는 18개월인 심사기간도 충분히 길어 보이지 않는다. 또 월성 1호기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설비개선의 특성상 사업자는 계속운전 허가 여부가 불명확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 결정을 해야 하기도 한다. 머지않은 2023년과 2029년 사이에 10기의 원전이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고 대부분이 계속운전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현행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

▼ 원전 재가동, 경제성도 안전성도 없다 ▼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1983년 상업운전을 개시한 월성 1호기가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개선 이후에도 극한적인 상황에 대해 시험한 결과 또다시 많은 개선사항이 도출됐다. 극한 상황 대응 능력이 확보된 이후에 재가동한다면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원전 운영자가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이 경제성까지 갖추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 사용으로 전기용량 대비 건설비가 50%나 비싸고 L당 고급 양주 값에 이르는 무거운 물인 중수(重水)를 이용한다. 매일 연료 교체가 필요해 사용 후 연료 발생량이 많을 뿐 아니라 원자로 수명이 경수로의 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이유로 설계수명 30년 이전에 57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교체해야 한다. 안전성 보완 비용까지 추가로 든다. 중수로는 이런 비경제성 때문에 소수 국가들만 보유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전 세계 439기 원전 중 중수로는 34기뿐이며 그것도 개발국인 캐나다에 22기가 있다. 캐나다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4기가 있다.

월성 1호기 상업운전 개시 1년 전인 1982년 캐나다 온타리오사는 중수로의 발전단가가 경수로의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경제성을 세일즈했다. 당시 경수로 이용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미국 등의 경수로는 기술혁신으로 이용률이 90%를 웃돈다. 중수로는 답보상태로 발전단가가 오히려 경수로에 역전됐다. 부지 측면을 보자. 일반 경수로는 약 600m 거리 바깥에 주민 거주를 허용한다. 중수로는 이 거리가 1km에 육박함에도 발전용량이 작아 면적당 발전효율이 경수로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중수로는 건설비 절감을 위해 격납건물에 강철판을 덧대지 않아 그 보완책으로 주민을 원전에서 더 멀리 떨어져 살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월성 1호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대사고 때 압력을 저감시키는 설비를 해외로부터 고가로 구입했다. 따라서 이 설비의 적합성을 국내 기술로는 보장하지 못한다.

설계수명을 보자. 경수로는 원자로 수명을 그 원전의 최대 설계수명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원자로 교체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수명이 설계수명인 30년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원자로 교체를 계속운전과 무관한 것으로 치부해 왔다. 이것이 설계수명 예측 실패를 공론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도 없고 계속운전 인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결정으로 큰 비용을 들여 미리 월성 1호기 원자로를 교체했다. 이제는 그 비용 회수를 위해 계속운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반대에 직면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국내 중수로 기술의 캐나다 의존성이다. 설계기술 자립도가 높은 경수로에 비해 중수로는 그 원천기술을 잘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국내에 전무하다. 캐나다의 기술 이전 회피로 국내 전문인력 양성이 오래전에 중단됐고 남은 인력도 퇴직했거나 중수로가 비주력 원전이라 해서 대부분 다른 분야로 옮겼다. 캐나다에만 기술을 의존하는 것은 계속운전 뒤 월성 1호기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높은 반대 여론에도 월성 1호기 재가동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또 많은 돈을 들여 캐나다에 손을 벌려야 하는가.

원자력발전이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면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경제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2013년 일본에서는 이미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으로 극한 상황에서의 원전 중대사고 신안전규정이 발효됐고 한국도 유사한 안전기준을 법제화할 참이다. 이제 국내 노후 원전에도 강화된 안전규정이 적용돼야 한다. 또 그 안전성을 보장할 충분한 원천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우월한 경제성을 가졌는지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고 공론화해 결정해야 한다. 월성 2, 3, 4호기 역시 원자로 교체 비용이 신규 원전 1기 건설비에 가까운 2조 원에 이를 것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미국 키와니 원전 1호기는 경수로이며 20년 추가 계속운전 안전성에 대해 인가받았음에도 경제성 저하로 사업자가 자체 폐기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장창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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