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性과 뇌물의 늪에 빠진 軍을 도대체 어찌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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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성범죄와 방위산업 비리가 끝을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육군의 현역 여단장인 A 대령(47)이 직할 부대의 여성 하사(21)를 성폭행한 혐의로 육군 중앙수사단에 긴급 체포됐다. 방산 비리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던 전 해군 소장은 한강에 투신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이런 군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는 없다.

A 대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의 부관을 지냈고 김 전 장관이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일 때는 보좌관으로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했다. 그런 경력의 그가 지난해 대령으로 진급하며 지휘를 맡은 부대에서 딸뻘인 여부사관을 공관으로 불러 유린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작년 10월 군내 성범죄에 대해 “안보를 좀먹는 이적 행위인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이 말은 지휘관에게조차 먹히지 않았다.

군이 성범죄를 방관만 한 것은 아니다. 부하 여군 2명을 성추행한 전 17사단장은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하 여군을 성희롱한 육군 중령은 소령으로 사상 처음 강등당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군의 여군 9228명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 실태를 조사했으나 실제 신고는 3건에 불과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 정보와 녹취, e메일, 증인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니까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못한 것이다. 폐쇄적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이벤트성 조치로는 성범죄를 척결하기 어렵다.

투신한 전 해군 장성은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을 지냈고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으로부터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합동수사단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장남과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을 STX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어제 체포했다. 이들은 2008년 해군이 개최한 국제관함식 행사의 부대 행사인 요트대회 광고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 합동수사단은 당시 현직이었던 정 전 총장을 염두에 둔 뇌물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군이 또다시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 수도 있다.

군의 비리는 결국 국방부 장관과 주요 지휘관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기강이 문란한 군 조직을 개혁할 능력이 안 되면 책임자들이 자리를 내놓는 것이 도리다.
#군#성범죄#방위산업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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