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마다 외친 “대학 구조조정”, 황우여 부총리는 해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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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고 해서 ‘인구론’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한 해 2만3000명의 사범대 졸업생이 나오지만 교원으로 임용되는 사람은 4600명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까지 인문계 자연계 예술계 사범계 대학 졸업자의 공급이 넘친다고 전망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회적 수요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 학생 공급이 넘쳐나 대학 배출 인력과 산업수요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며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지정해 대학 구조 재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작년 1월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존폐 위기에 처하게 돼 대학 구조 개혁은 피할 수도, 더 늦출 수도 없다”며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16만 명 줄이는 구조조정을 밝힌 바 있다. 서 전 장관은 대학의 교육 역량과 상관없이 ‘정원 감축’에만 급급해 우수 대학에 불이익을 주고 대학 경쟁력을 되레 떨어뜨린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황 부총리의 대학 구조 ‘재개편’은 전임 장관과 달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산업계 논리가 인문사회계 등 기초 학문을 고사(枯死)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에서 화학 디스플레이 조선 바이오·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3만739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까지 공학과 의학 계열 인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대학 구조조정이 어려운 이유는 ‘교수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들은 문·이과는 물론이고 예체능계까지 학과를 문어발처럼 거느리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교수들도 “내 과목만은 안 된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 지식의 전달자 역할뿐 아니라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산업인력을 배출할 책무도 있다. 과거 교육부 장관들과는 다른 ‘체급’을 지닌 황 부총리가 교수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대학, 학생, 기업이 상생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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