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민망한 추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한 골프장에서 여성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는 박 전 의장이 신체 일부를 건드리며 수차례 성추행했다고 고소했다. 박 의장은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성추행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생각이 중요하다. 정치 현업을 떠났다고는 하나 고등검사장 출신으로 6선 의원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대표와 입법부의 수장까지 지낸 정치인이 민망한 추문에 휩싸인 것은 유감스럽다.

피해자인 캐디는 불쾌감을 느껴 라운딩 도중 퇴장했다고 하는데 박 전 의장은 ‘귀엽다는 표시’ 운운했다. 정말 귀여워서 그랬건 변명으로 하는 말이건 상관없이 박 전 의장이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사와 의원으로 위세를 부리던 시절의 오랜 습관 탓이라면 최근 검사들의 성추문 사건의 ‘뿌리’를 연상케 하는 심각한 문제다.

과거에는 권력 있고 돈 있는 남자들이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여직원들에게 지분거려도 여직원들이 감내하고 지나가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때의 관행이 범죄로도 처벌되는 세상이다.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 재임 시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관행으로 묵인하던 돈봉투를 고승덕 전 의원이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 사건이 됐다.

박 전 의장은 돈봉투 사건이 불거진 직후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다가 비서가 ‘윗선 개입’을 고백하고 나서야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주미 한국대사관의 여대생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가 사실로 드러나 더 큰 망신을 당했다. 잘못을 했으면 즉각 시인하는 것이 그나마 망신을 줄이는 방법이다.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거짓말까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박희태#성추행#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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