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순방 중 사고 친 육군대장, 석달간 쉬쉬한 이유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신현돈 육군 1군사령관이 올해 6월 19일 대통령 해외 순방기간 중에 근무지를 이탈해 지인들과 술판을 벌인 뒤 민간인과 실랑이를 벌인 사실이 알려져 어제 전역 조치됐다. 4성 장군이 작전 지역 이탈과 음주로 옷을 벗은 초유의 사건이다. 1군사령관은 올해 6월 21일 임모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22사단을 관할하는 책임자이다. 사령관이 그 모양이니 휘하 부대의 군 기강이 제대로 설 리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고, 국방부는 왜 지금까지 덮어 왔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신 사령관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으로 군에 특별경계 태세가 내려진 상태에서 작전 지역을 이탈해 모교인 청주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안보 강연을 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근 식당에서 동창생들과 술을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다. 이후 부대로 복귀하던 중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민간인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령관이 화장실에 들어간 뒤 그의 보좌관이 화장실에 따라 들어가려던 이 민간인을 잠시 제지하면서 양측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민간인은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신 사령관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으며 1군사령부에도 제보 내용이 통보됐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대한민국의 4성 장군은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육군 1·2·3군사령관 등 8명에 불과하다. 군 최고 수뇌부의 일원으로 전군(全軍)의 표상이 되어야 할 그가 가뜩이나 비판을 받고 있는 군의 위상을 더욱 실추시켰다. 그가 물의를 일으킨 이틀 후 22사단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난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군기 빠진 사령관 아래 기강이 엄정한 강군이 나올 리 만무하다.

국방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는 없었고 최근에야 인사 계통으로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야당으로부터 “윤 일병 사건처럼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혐의가 짙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당시 국방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이런 비위 사실도 보고받지 못했다면 정말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 실장이 명백히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신현돈#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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