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어제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17일에도 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 소속 간부가 수뢰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자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철도레일 부품업체인 AVT사가 2012년 500억 원대의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에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공단과 정관계 곳곳에 로비를 벌인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감사원에서 당초 납품업체로 선정됐던 업체 대신 AVT에 유리한 감사 결과를 내준 감사관 김모 씨를 수뢰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던 참이었다. 김 전 이사장은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해 오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이사장직을 떠났지만 그는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을 거쳐 2011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 내려온 국피아(국토해양부+마피아)였다. 김 전 이사장이 유서에서 “악마에 걸려 이 지경까지 왔다”고 토로한 점에 비춰 비리사슬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권영모 수석부대변인이 AVT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것도 정치권이 깊숙이 연루돼 있음을 드러낸다. 그는 AVT사 이모 대표의 부탁을 받고 김 전 이사장에게 수천만 원을 전달한 ‘배달부’였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집권 여당의 당직자가 공공기관 이사장과 업체 사이에서 뇌물을 전달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그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권 수석부대변인을 부랴부랴 해임키로 했지만 핵심 당직자의 철피아 비리 연루에 대해 당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재력가 송모 씨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도 AVT사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관련된 의정활동을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전 방위적으로 전개된 철도 관련 비리 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검찰은 철피아의 검은돈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관계의 어느 선까지 유입됐는지를 하나도 남김없이 파헤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