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채동욱 수사, 청와대와 삼성 의혹은 캐다 말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어제 검찰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와 아들 채모 군의 정보를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수집한 것은 정당한 직무 감찰이라며 관련자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사는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을 알아낸 것 말고는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 민정, 총무, 교육문화, 고용복지수석비서관실은 지난해 9월 첫 언론 보도가 나오기 두 달 전에 서울 서초구 등 관계 기관에 요청해 전방위로 정보 수집에 나섰다. 야권에선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임 씨가 검찰총장 부인 행세를 하며 금품을 수수했다’는 비리 첩보에 감찰 활동을 벌인 것이라고 청와대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서초구 행정지원국장을 통해 채 군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조모 전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조 전 행정관은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진 이재만 총무비서관실 소속이다. 누가 조 전 행정관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지시했는지, 검찰이 ‘윗선의 배후’까지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수사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고교 동기인 이모 씨를 삼성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임 씨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수사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그러나 검찰은 임 씨 측 계좌로 삼성 자금 2억 원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채 전 총장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삼성에 대해서도 피해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채 전 총장과 삼성과의 관련성 등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진상을 가려야 한다.

검찰 수사 결과 채 전 총장은 채 군의 임신 단계부터 출생 및 성장 과정의 주요 대목마다 아버지로 표기되거나 처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자 관계는 유전자 검사에 의하지 않고는 100%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이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채 군이 그의 혼외 아들임을 사실상 확인했다. 공인(公人)으로서 시종일관 친자관계를 부인한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채동욱#혼외 아들#삼성#청와대#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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