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전영옥]막내아들을 남수단으로 보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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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특수전사령부 연병장. 디지털 군복에 하늘색 베레모를 쓴 280여 명의 장병이 도열해 있었다. 남수단으로 파병될 유엔 평화유지군(PKF) 한빛부대 3진의 환송식을 위한 집결이었다. 그중엔 우리 막내도 있었다.

환송식 직전 나를 비롯한 장병 가족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1만5000km나 떨어진 아프리카 오지, 그것도 반군의 무차별 테러가 이어지고 주민들은 기근에 시달리는 척박한 땅에 사랑하는 아들딸, 형제자매, 배우자나 연인을 보내야 하는 심정이 오죽했으랴. 특히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환송식 서두에 “세월호 침몰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보내며 군이 마지막까지 구조작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자 식장은 더욱 숙연해졌다.

하지만 이어진 격려사를 듣고는 적이 안심이 됐다. 권 총장은 “장병들이 불모의 땅 남수단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평화를 심고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군사외교관’ 역할에 진력할 것으로 믿으며, 군은 장병들이 귀국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확약했다.

사실 나는 막내가 파병 지원을 한다고 했을 때 마뜩하지 않았다. 막내는 우리 부부가 결혼 13년 만에 미국 미시간 주에서 낳은 아이로 특히 어미에게 살갑게 굴어 각별히 정이 가는 아이였다. 노산으로 출산 때 진통도 심했고 분만 시간도 길었다. 그런 아이를 이역만리로 보내야 한다면 어느 어미인들 선뜻 맘이 내킬까.

하지만 아이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왕 군 복무 하는 거, 확실하고 의미 있게 하고 싶다”는 거였다. 아이는 마침내 한빛부대의 일원이 됐다. 그날 도열한 장병들을 보니 모두 씩씩하고 또 우수한 자원임을 한눈에 느낄 정도로 당당하고 총명해 보였다.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처했을 때 우리는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16개 참전국과 5개 인도지원국, 46개 물자지원국 등 무려 67개국이 우릴 도왔다. 그 후 고도성장에 힘입어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게 된 우리 군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소말리아 해역, 아랍에미리트(UAE), 필리핀 등 지구촌의 분쟁 및 재난 현장에서 평화 유지와 인도적 지원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다.

보르에서 2년째 평화와 재건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한빛부대는 부대 이름에 걸맞게 ‘남수단의 환한 빛’이 되고 있다 한다. 특히 나일 강 홍수방지와 도로 보수 등의 재건 활동을 비롯해 의료지원 등 한국인 특유의 정감어린 인도주의 활동으로 현지 주민뿐 아니라 유엔으로부터도 극찬을 받고 있단다.

어린 티를 벗은 대한민국의 당당한 육군 상병인 막내는 29일 제1대대의 일원으로 현지로 떠난다. 그리고 남수단에 파병되어서는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워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 동량(棟樑)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제 어미는 막내의 선택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한빛부대 장병 모두가 군사외교관으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무사귀환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전영옥 주부·서울 강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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