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이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기한 이른바 ‘박심(朴心)’ 논란은 당내 문제로 가볍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이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에 거론되는 후보와 관련해 관계자, 고위 인사 등 익명의 방패 뒤에서 청와대나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밀고 있다며 ‘박심 마케팅’을 조장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공직자는 엄단하겠다’(4일 국무회의)고 공표해 놓고 뒤에서는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낙점한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호남 출신에 당내 기반도 없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경선까지 마다하지 않고 뛰어들 태세인 것은 친박 주류의 지원 약속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친박 주류가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지역별로 후보자를 정해놓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친박 정갑윤 의원이 울산시장 출마를 접은 것도 부산시장 후보로 친박 서병수 의원을 내세울 것에 대비해 ‘친박 독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서 의원을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파견한 것도 ‘박심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친박 주류를 통해 여당 공천을 주무르는 것이 사실이라면 공정한 경선을 원칙으로 하는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에 위배된다. 정당민주주의와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다. 친박 당직자들은 “새누리당에 계파가 없다”면서도 “당에서 여러 사람이 역할을 하는 것은 선거 붐을 일으키는 데 틀림없이 도움이 된다”(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고 앞뒤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해 뒤처지는 자당 후보들의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슨 수든 써서 경선을 흥행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청와대가 작용한다는 소리가 새누리당 안에서 나오는 상황은 새누리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과 국민은 물론이고 당내에서 청와대의 점지를 받지 못한 후보들까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지를 의심할 것이다. 여권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팔고 다니는 인사들은 박심 마케팅이 소탐대실(小貪大失)임을 경계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도 어설픈 선거기술자들이 나서 대통령의 위상을 추락시키지 않도록 엄중하고도 공정한 관리자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