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교동에는 중요민속자료 제27호로 지정된 최씨 고택이 있다. 최씨 가문은 12대에 걸쳐 300여 년간 대대로 만석꾼으로 살아온 부자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특권계층의 책임)를 실천한 가문으로도 유명하다.
최부잣집의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을 보면 ‘재산은 1년에 1만 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는 것이 있다. 1만 석을 넘지 못하도록 한 이유는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르침을 통해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때면 곳간을 열어 가난한 사람을 도왔다.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고 하여 싸게 파는 사람들의 원통이 없게 하였다고 하니 이 모든 것이 이웃에 대한 배려와 나눔이었다.
한편 전남 구례에는 ‘운조루‘라는 굴뚝 낮은 고택이 있다. 안채와 사랑채에는 곡식이 다섯 섬 들어가는 커다란 목독(나무로 만든 뒤주)이 있었는데, 겉에는 누구라도 쌀독을 열 수 있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를 새겼다. 곡식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 목독을 놓았다.
이보다 더 이웃을 배려하는 모습은 운조루의 굴뚝에서 찾을 수 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라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이 이 집의 굴뚝 연기를 보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굴뚝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했다.
최근 개인과 기업의 기부가 늘어난다는 소식이 반갑다. 시대만 바뀌었을 뿐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눔과 배려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 소외받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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