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세훈 뇌물수사가 어째서 별건수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오늘 다시 검찰에 불려간다. 퇴임 후 세 번째 검찰 소환이다. 앞서 두 번은 국정원 댓글 수사 때문에 소환됐으나 이번에는 원장 재직 시절 뇌물을 받은 개인비리 혐의다. 검찰은 최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황보건설 황보연 전 대표로부터 원 전 원장에게 청탁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이 주목하는 사안은 홈플러스가 인천 무의도에 연수원을 설립할 때의 석연찮은 인허가 과정이다. 연수원 용지는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였다. 산림 보호를 위해 건축 허가를 반대하던 산림청이 뚜렷한 이유 없이 9개월 만에 태도를 바꿨다. 황 전 대표가 원 전 원장을 움직여 산림청에 청탁이나 외압을 넣었고, 그 대가로 뇌물을 건넸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추정이다.

원 전 원장 측은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여의치 않자 별건(別件) 수사로 원 전 원장을 압박하려 한다며 반발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댓글 수사는 이미 끝났다. 원 전 원장은 지난달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정원장이 건설업자의 청탁을 들어주고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는 것은 별건 수사가 아니라 ‘별도(別途) 수사’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는 철저히 수사해 그에 맞게 처벌하는 게 순리다. 원 전 원장이 산림청에 외압을 행사하는 데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했는지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역대 국정원장들 중에는 퇴임 후 각종 공작과 권력형 비리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구속된 사례가 많다. 원 전 원장은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구분 못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번에 개인비리 혐의까지 추가돼 국정원에 또 먹칠을 했다.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가 ‘국정원장 잔혹사’에 마침표가 되길 바란다.
#원세훈#국정원 댓글 수사#개인비리#뇌물#별건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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