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삶과 일치된 그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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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 뱃놀이. 1874년
마네, 뱃놀이. 1874년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미술계의 혁신 세력인 인상주의 화가들의 우상이었다. 시대정신이 담긴 현대적 그림을 그린 최초의 화가이기 때문이다.

파리 서북쪽 센 강변의 아르장퇴유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젊은 남녀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마네가 현대적인 그림의 시조(始祖)라는 정보를 알려주는 증거물이다.

마네는 뱃놀이하는 남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를 선택했다. 관객이 그 장소에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아카데미 화가들처럼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어 중간색을 만들어 꼼꼼하게 색칠하지 않고 강렬한 원색을 골라 빠르고 거칠게 붓질했다(일렁이는 푸른색 강물과 남녀의 옷을 표현한 붓 터치를 살펴보라).

심지어 아카데미 화가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원근법의 기본이 되는 수평선도 그리지 않았다. 게다가 두 남녀는 심각한 사이도 아니다. 뱃놀이를 즐기듯 쿨한 사랑을 하고 있다. 즉 마네는 영원, 이상, 조화, 진리를 추구하던 미술의 전통에 도전해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일상을 이 그림에 표현한 것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만을 그리겠다는 마네의 속내는 어록에서도 드러난다.

‘역사 속의 인물을 되살려 낸다고? 웃기는 소리야. …진실은 하나뿐이야.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거야. 그것만이 진실이거든. 사실대로 그리지 못했다고? 그럼 다시 시작해야지. 그렇지 않은 그림은 모두 엉터리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표현하는 것만이 나의 관심사야. 그것이 없다면 그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마네는 동시대인들의 삶과 분리된 그림 속 세계를 통합한 업적을 남겼다. 그것이 그가 현대적인 그림의 창시자가 된 비결이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인상주의 화가#에두아르 마네#현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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