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천만 학원차에 우리 아이들 태울 수 있나

  • 동아일보

어른들의 부주의와 사회의 무관심 탓에 또 한 명의 어린이가 희생됐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에서 태권도학원을 다녀오던 일곱 살 어린이가 학원 승합차 문틈에 도복이 낀 채 끌려가다 화물차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 승합차에 초등학생 4명이 타고 있었지만 승하차를 도와주는 인솔교사는 없었다. 인솔자가 없으면 운전사가 내려 어린이의 하차를 도와줘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비슷한 사고는 2007년 4월 서울 봉천동, 2010년 1월 광주 일곡동,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 등지에서도 일어났다. 경남에선 1월에도 체육관 승합차에서 내린 아홉 살 어린이가 차 뒷바퀴에 깔려 사망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번 대책을 내놓으며 호들갑을 떨지만 그때뿐이고 비극은 그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어린이 통학차량과 관련해 많은 법과 규정을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하다. 통학차량은 경찰서에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해야 하는데도 대부분 무시한다. 신고하면 150여만 원을 들여 안전기준에 맞게 차량을 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 13만5000여 대 통학차량 중 신고차량은 3만6000여 대뿐이다. 인솔교사를 두지 않거나, 운전사가 어린이의 승하차를 도와주지 않다가 적발돼도 범칙금 7만 원만 물면 돼서다. 통학차 운전사에 대한 교육도 시늉뿐이다.

후진적인 교통 문화 때문에 어린 생명이 희생되는 나라는 문명국이라 할 수 없다. 어린이 통학차량과 관련한 법과 규정을 강화하고 어기면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학원 사업자들이 영세하다고 해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묵인해선 안 된다.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지자체가 지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행법상 어린이 통학차량이 정차해 있으면 옆 차로를 지나는 일반 차량은 일시 정지해야 하지만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노란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주변 차는 물론이고 건너편 차로에 있는 차까지 일제히 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운전면허시험과 초중등학교 교육을 통해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본보는 난폭하고 무질서한 교통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를 연중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소한 무신경이 돌이킬 수 없는 참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규칙을 지키는 ‘착한 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학원차#어린이 사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