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홀쭉해진 청와대, 장관에 힘 실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정부조직 개편에 이어 어제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현재와 비교해 정부 조직은 다소 커진 반면에 청와대는 몸집이 작아졌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비서실 조직의 간결화, 대통령 국정어젠다의 추진 역량 강화, 국가전략기능 강화 등 세 원칙이 개편안에 적용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름을 비서실로 바꾼 데서 보듯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 부처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책실의 폐지는 신설된 경제부총리에게 명실상부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석비서관급의 국가위기관리실을 없애고 위상을 높인 국가안보실을 만든 것은 급변하는 안보상황을 감안할 때 적절한 판단이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를 거울삼아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스템 인사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특별감찰관을 신설한 것은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민정수석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관리 감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 조직을 간결하게 하고 기능을 조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다. 김 인수위원장의 설명대로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의 선제적 이슈를 발굴하고 사전사후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통령 보좌 역할에 집중하고, 정부 부처는 장관이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동안의 청와대 비서실은 지시와 간섭, 인사 개입 등으로 정부 부처 위에 군림해 왔다. 공무원들이 청와대 눈치를 살피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장관도 부처를 제대로 끌어가기 어렵다. 청와대 개편 취지에 맞게 박 당선인의 의중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각 포스트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실현된다면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도 사라지고 대통령은 국가안보나 미래 성장동력의 발굴, 국민통합 같은 큰 국가적 어젠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장관 자체가 대통령의 정책비서나 다름없다. 일반 정책은 대통령이 장관을 수시로 만나 논의하고 지시하면 된다. 그래야 장관의 권한이 세지고 책임감도 생긴다. 장관 중심으로 부처가 돌아가면 ‘청와대만 가면 출세한다’는 공무원 사회의 잘못된 관념을 없애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실은 비서실답게, 정부 부처는 부처답게 운영하겠다는 초심(初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누가 비서실장이 되고, 누가 비서설의 핵심 보직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 개편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청와대#장관#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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