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 비상의 겨울, 좀 어둡고 좀 춥게 지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이상 한파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전력경보 ‘관심’이 발령된 어제 오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은 회의 중에 방 전체를 소등(消燈)했다. 처음엔 좀 어둡다고 느꼈지만 곧 익숙해졌다. 창문 블라인드를 열자 햇빛이 들어와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데 불편이 없었다. 32W 형광등 120개를 꺼둔 1시간 내내 3.84kW의 절전(節電) 효과를 봤다. 오전 한때 400만 kW 아래로 떨어진 예비전력을 지켜내는 데 미미하나마 일조했다는 보람이 컸다.

올겨울 들어 벌써 세 번째인 어제 전력경보는 전력소비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5∼7시)도 아닌 오전 8시대에 발령됐다. 56년 만의 강추위로 아침부터 난방 수요가 급증했다. 겨우내 한파가 계속된다는 예보에 따라 전력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영광 원자력발전소 3, 5, 6호기와 울진 4호기 가동이 중단된 데다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의 재가동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정비 중인 원자력발전소 4기의 재가동을 앞당겨야 한다.

전력대란 없이 겨울을 나려면 수요 관리가 중요하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체는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전력 사용량을 3∼10% 의무 감축해야 한다. 기업들은 가동률을 줄이고 피크시간대 설비 사용을 자제하면서 다양한 절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생산 역량을 무한정 위축시킬 수는 없다.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우선 겨울철 전력수요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전기 난방 줄이기가 급선무다. 내복을 입고 문풍지나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면 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내복은 3도, 무릎담요는 2.5도의 체감온도 상승 효과가 있다. 가정 소비전력의 6%, 연 4200억 원이 대기전력으로 낭비되는 만큼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플러그는 뽑아두는 게 상식이다. 기존 형광등을 32W 고효율 형광등으로 바꾸는 일도 바람직하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나라 중에는 한겨울에도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엔 첨단 소재를 이용한 발열 내의도 있다. 전열기보다는 석유나 가스 난로를 쓰는 것이 절전에 도움이 된다. 좀 춥고 좀 어둡게 겨울을 남으로써 전력난 극복에 동참하자.
#전력 비상#겨울#전기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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