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 와 살아보니]<2>“한국에선 남자가 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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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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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라 그라반폰 (태국 출신)
카마라 그라반폰 (태국 출신)
저는 2004년 5월 1일 한국에 왔어요. 원래 한국 남자와 결혼할 생각은 없었어요. 한국에 시집 온 동생 집에 놀러와 있다 남편을 만났어요. 남편을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만약 한국 문화를 먼저 알았으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국 문화는 여자만 힘들어요. 한국에서는 남자가 왕이에요.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아요. 빨래,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하나도 안 해요. 저녁밥 준비할 때 도와주지 못하면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면 안 되나요? 누워서 텔레비전 채널만 돌려요. 밥하고 반찬 다 하고 “밥 먹어”라고 말하면 “식사하세요∼”라고 예쁘게 부르라 해요.

장도 보러 같이 안 가요. 그러면서 장 보러 가 있을 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전화해요. “올 때 맥주 사 와.”

맥주는 들고 오기 무거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안 해요. 태국과 비교하면 무척 달라요. 태국은 집안일도 남녀가 함께 해요. 저희 아빠는 요리를 잘하셨어요. 밖에서 일하고 집에 오셔서도 음식을 해 주셨어요. 태국에서는 부부가 같이 돕는데 한국 문화에서는 남자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아요. 남편들이 밖에서 하는 일을 힘들어하는 것은 알아요. 그래도 집에 오면 밥 하는 것이나 장 보는 것 조금 도와주면 좋겠어요. 명절은 더 힘들어요. 여자들이 음식도 해야 되고 애도 봐야 돼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여자들만 힘들게 음식을 만들고 남자들은 방에서 쉬는 게 이상했어요.

태국에도 ‘송그란’이라는 큰 명절이 있어요. 모든 가족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음식을 만들면서 이야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어요. 한국에서도 명절에 음식도 같이 만들고 그 시간에 함께 이야기도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여자만 힘들면 누가 명절에 시댁에 가고 싶겠어요?

그리고 주말도 불만이에요. 저와 아이는 놀러 가고 싶은데 남편은 누워 자요. 그러면서 “애기도 놀이터 가고 싶을 거야, 잘 갔다 와” 이렇게 말해요. 그리고 본인은 텔레비전 켜고 야구 봐요. 혼자만 재미있어요.

한국에 시집 온 후 처음에는 엄청 스트레스 받았어요. 태국에선 차가 있어서 놀러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말도 안 통하고 아무것도 마음대로 못 했어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남편에게 서운해서 2, 3일씩 말도 안 하고,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요즘엔 한국말을 배우고 친구도 생기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남편이 회사 가면 저는 아이들이랑 친구 집에 놀러 가요. 저녁도 밖에서 먹고 와요. 집에 돌아온 남편이 전화해서 물어봐요. “몇 시에 오노?” 아마 남편도 이젠 후회하는 것 같아요.

한국 문화를 좀 알고 나니 외국에서 온 저 같은 여자 말고 한국 여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인 거 같아요. 한국은 여자가 다 해요. 집안일 다 하고, 아이 교육도 다 하고, 만일 바깥일을 하더라도 집안일은 무조건 여자가 다 해요. 한국 여자 진짜 대단해요! 한국 여자들에게 큰 박수 쳐 줘야겠어요.

카마라 그라반폰 (태국 출신)
#한국 남자#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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