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흥식]우주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우주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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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국제우주연맹 아시아태평양그룹 의장
최흥식 국제우주연맹 아시아태평양그룹 의장
국제우주연맹(IAF)이 국제우주아카데미(IAA), 국제우주법학회(IISL)와 공동 주관하는 우주 분야 세계올림픽인 62차 국제우주대회(IAC)가 1∼5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의 우주정책과 우주기술 현황을 파악하고 우주시장의 협력 파트너를 모색하는 현장이다. 우리도 매년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관련 학회 및 기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최근 한미 간 미사일 지침 개정을 계기로 새로운 국가 우주안보전략이 필요한 시점에서 주요 우주 선진국들의 우주시장 동태 파악을 통한 국제 우주 안보 메커니즘의 현주소를 파악해 보는 기회였다. 또 지속적인 우주개발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바람직한 중장기 국제 우주협력의 방향을 찾아야 하는지, 내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63차 대회에서 한국이 아태지역 의장국으로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회의를 주도적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해주는 자리였다.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실제로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국가안보의 중심축은 차츰 우주로 향하고 있다. 또 각국의 인공위성과 로켓 기술의 개발 및 활용은 지구탐사 및 우주개발 측면과 아울러 국토방위 측면의 양면성을 갖고 계속 발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 우주 선진국 간 생산비용 절감을 비롯해 부문별 기술 비교우위 측면을 고려한 전방위 상호협력과 함께 국가이익 보호와 안보방위 측면의 경쟁과 견제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우주 선진국들과 신흥 개발도상국 간의 이해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안보방위 분야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우주개발 발전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공동견제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미일 공동개발 중·단기 미사일 요격 프로그램’은 중국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응한 견제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 프랑스 독일 중심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 영국 최대 방산업체인 BAE 간의 유럽 우주항공방위그룹 형성 움직임은 국가 이익을 고려한 유럽의 독자적 방위 억제책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EU는 우주개발활동 행동규범을 제정해 중국 인도 등 신흥 우주개발국에 대한 견제와 정책적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런 국제적 움직임은 복잡한 우주협력 메커니즘 속의 타협을 배경으로 선출되는 국제우주연맹 신임 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즉, 일본이 미국 유럽과의 긴밀한 공조로 중국이 지지하는 캐나다를 제치고 차기 회장에 선출됨으로써 내년도 중국에서 개최하는 IAC를 앞두고 동북아 지역에서 우주외교의 균형 역할을 하기 위한 지렛대를 사전에 만들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는 아태지역 그룹 의장국으로서 내년 대회에서는 적극적으로 아태지역의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고, 개도국 우주협력 틈새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최대한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이 들고 수만 개의 복합적인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우주개발 사업은 자체 기술 개발 노력과 아울러 국제협력이라는 쌍두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각적 다변적 국제적 우주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우주시장에서의 국제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 새로운 우주개발 전략의 틈새를 찾는 노력과 함께 국제우주연맹 등 국제기구의 의장단 진출 등 주도적인 우주외교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우주청 설립이 시급하고, 아울러 국내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 국제경쟁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범민간협의체 구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흥식 국제우주연맹 아시아태평양그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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