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 검증위원회]<2>대선후보 경마식 보도보다 정책이슈 기획으로 언론이 리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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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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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의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박제균 정치부장, 윤종구 정치부 차장, 최우열 기자, 김슬기 희곡작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의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박제균 정치부장, 윤종구 정치부 차장, 최우열 기자, 김슬기 희곡작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지난달 10일 첫 회의 후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대선보도 검증위원회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관련 보도의 불편부당(不偏不黨)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인사들의 가감 없는 평가와 조언을 듣고 지면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국내 언론사 최초의 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유지담 전 대법관이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했으며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63),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52),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48),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39), 김슬기 희곡작가(26)가 검증위원으로 참석했다. 위원들의 이해를 돕고 필요한 설명을 하기 위해 박제균 동아일보 정치부장도 참석했다. 위원들은 2시간 동안 지난달 첫 회의 후 동아일보가 보도해 온 대선 관련 기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유 위원장=첫 회의 내용이 보도된 뒤 전화를 많이 받았다. 회의 내용이 가감 없이 보도돼 동아일보가 정말 공정하게 보도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김은미 교수=후보들의 행보를 중계하듯 보도하는 경마식 보도와 정책보도 사이에 균형을 좀 더 잡아줬으면 한다. 아직 후보 간 격론이 덜 붙어서 정책보도가 적을 수 있지만 언론이 리드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동아일보가 최근 일자리 시리즈(‘청년드림’ 기획)를 강하게 끌고 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세 후보가 이 측면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취재해 보도할 수 있지 않을까. 9월 24∼26일 대선후보 검증리포트가 보도됐는데 각 후보마다 부각된 측면이 너무 달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최태민 목사와 육영재단 문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재직 당시의 정무적 판단 문제, 안철수 후보는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 같은) 또 다른 측면이 다뤄졌다. 세 후보를 가로지르는 공통 항목을 기본으로 깔고 각각의 것들을 보충 취재하는 형식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또 개인적으로 송영선 전 의원의 녹취록 사건을 큰 사안으로 판단했는데, 동아일보는 “朴, 정치특위 찾아 ‘쇄신 재뿌리는 일 없어야’”란 제목의 박 후보 행보 기사 안에 실었다. 과연 이 사건을 나타내는 적절한 헤드라인이었는지, 사건의 비중에 비해 축소 보도한 게 아닌지…. 추석 직후의 여론조사, 트위터 민심 기사는 수치를 중계하듯 보도한 건 아닌가 싶다. 대선주식시장 보도는 계속 관심을 갖고 읽은 독자가 아니면 잘 이해할 수 없는 불친절한 보도로 보인다.

▽박 부장=정책보도가 신문이 가야 할 방향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안 후보의 경우 정책이 가장 덜 발표돼 있어 세 후보를 비교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최초로 안 후보에게 정책질의를 해 세 후보의 정책을 비교한 기사(10월 5일자 A1·5면)를 가장 먼저 실었다. 검증리포트는 통일성을 가지고 세 후보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게 공평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세 후보의 약점이 모두 같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김대환 교수=정책 아이템을 놓고 여론조사를 하는 방향을 추구했으면 좋겠다. 흘러가는 것을 따라가며 보도할 것인지, 선도적으로 국민의 투표 행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보도할 것인지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예컨대 각 캠프가 경제민주화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좋겠다. 다들 경제민주화를 얘기하지만 어느 쪽에서도 그 개념을 명확히 제시한 적은 없다. 복지 분야에선 재정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대북 관계와 안보 문제, 자유무역협정(FTA)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점검하고 분석하고 비평해야 한다. 주요 이슈를 선도적으로 기획 보도하면 좋겠다.

▽유 위원장=좋은 지적이다. 경제민주화 문제로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립하는데, 보도를 보면 두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대립하는지 모르겠다. 대북 관계와 복지 문제 등에서도 정말 다툴 만한 내용으로 싸우는 것인지, 권력싸움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김 작가=대선후보 검증리포트에 흥미를 가졌다. 또 캠프 사람들 중 ‘경제분야에 올드보이가 많다’는 기사(10월 3일자 5면), 각 후보 캠프 등에서 활약하는 82학번을 테마로 묶은 기사(9월 25일자 A2면) 등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3일 여러 신문이 ‘새누리당이 김재범 유도선수를 영입하려다 논란이 됐다’는 기사를 크게 썼는데 동아일보는 기사를 싣지 않아 실망했다. 안 후보 비판 기사는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보도하면서 새누리당의 이미지에 불리한 ‘김재범 영입 논란’ 기사는 누락돼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지인들의 의견을 받아 보니 투표율이 저조한 20대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므로 동아일보가 이런 기획기사를 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후보 검증 기사들이 개인적인 약점만 캐내는 건 아닌지, 검증이 아니라 사적인 비난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 변호사=동아일보가 국민의 의사와는 달리 경제민주화를 싫어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달 14일자 ‘與도 野도 대기업 때리기…대형마트 규제법안만 14개’ 기사와 같은 달 16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위헌이라는 기사(A6면 법학자들 “횡령-배임 대주주 자격 박탈 與법안은 위헌”) 등이 그렇다. 저는 변호사로서 ‘이런 게 위헌이면 세상 어느 법이 위헌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사엔 반대 취지의 주장도 실리지 않았다. 대형마트 규제법안은 국민들이 다 필요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대기업 때리기고 부정적인 법안인가. 강봉균 전 장관이 주도하는 ‘건전재정포럼’ 기사는 동아일보만 유독 출범도 하기 전에 1면(9월 21일)에 다뤘고 9월 24일, 27일, 28일에도 다뤘다. 이 포럼은 ‘복지재정을 늘리면 재정이 파탄난다. 포퓰리즘이고 나라 재정을 망치니 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은 경제력 집중으로 못살겠다고 하는데 이걸 동아일보만 나 홀로 대서특필하고 있는 것은 재벌 편에 서서 정치권 다수, 국민 다수와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박 부장=재벌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경제민주화를 하면서 재벌과 대기업 때리기로 가면 과연 제대로 효과가 있겠느냐, 자칫 나라경제를 한꺼번에 말아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을 보여준 것이다.

▽유 위원장=경제민주화가 재벌 때리기 식이 돼선 안 된다는 건 실제 우려가 되는 부분 아닌가. 그런 면에서 김 변호사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공평하게 다른 쪽 말을 안 실었다는 정도, 재벌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정도의 비판이 됐으면 한다. 요즘 동아일보가 참 잘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진다. 일부 신문은 그냥 싸움질하는 것을 보여줘, 이래서 나라가 반쪽이 되고 국민이 극단으로 가는구나 싶다. 세 후보의 정책비교를 자세히 보도한 5일자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이 못한 부분이다.

▽김대환 교수=재벌개혁에 대해서도 수십 년간 선거 과정에선 모든 후보가 재벌개혁을 주장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재벌 지원정책을 펼쳤다. 경제력 집중을 낮추기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건지, 재벌의 행위 자체가 공정거래를 벗어났으니 그걸 규제하자는 것인지 언론에서 파고들어 가는 게 의미가 있다. 정치권에선 전부 총론이고 감성적인 접근뿐이다. 언론이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하는 게 좋겠다.

▽이 교수=정치권이 복지, 경제문제를 가지고 진영논리로 하는 것처럼 언론도 똑같은 수준이다. 정치권은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만 언론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보도해야 한다. 재벌개혁 논의에 있어서도 불공정성과 탈법, 경제력 집중, 소득불균형 문제 등은 대선 슬로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 논의를 출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신문이 해야 할 일이다. 한쪽은 재벌옹호 주장이고 또 한쪽은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비판을 넘어서는 심도 있는 고민을 동아일보가 해 달라. 추석 이후 여론조사에 있어서 다른 언론들은 경마식 보도를 하는데 동아일보는 지역별 여론을 분석해 굉장히 유용했다. 또 세 후보의 장단점을 비교한 기사(9월 29일 A1·3면)도 굉장히 적절하고 국민들의 느낌을 잘 반영했다.

▽김은미 교수=안 후보의 논문 문제에서 어떤 신문은 ‘논문 재탕’이라고 헤드라인으로 뽑기도 했는데 동아일보가 여러 일간지 중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가장 균형 있게 보도했다.

▽김대환 교수=‘선거전(戰)’이란 표현을 자제했으면 한다. 선거는 캠페인이나 콤피티션(경쟁) 정도인데, 그걸 전쟁으로 표현하는 게 언론에서 관행화돼 있다. 그동안 우리 선거가 전쟁의 성격도 있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상황에선 전쟁이 아닌 경쟁이다. 이러다 보니 어느 한쪽이 패하면 이긴 쪽이 당장 어떻게 할 것같이 되는 분위기인데, 다음 번에 선수 교체할 수 있는 운동경기를 하듯 해야 하는 게 선거 아닌가. 동아일보가 그런 용어 변화를 선도해 줬으면 한다.

▽유 위원장=지난달 13일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 역대 투표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인용한 기사(A5면, ‘중도층 잡기’ 애쓰지만… 표심엔 중도 없다?)가 실렸다. 요지는 역대 선거에서 후보가 자신을 반대하는 유권자에겐 투표할 명분을 주지 않고 반대로 지지층에게 투표의 동기를 부여해 투표장에 나오게 하면 이겼다는 것. 각 정당은 굳이 중도층은 신경 쓰지 말되 자기 지지층은 챙기고 반대층은 투표하지 말도록 하면 이긴다는 얘기다. 이게 과연 맞는 연구 결과인지도 모르겠으며 “투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건 바람직한 선거도, 국민을 통합하는 선거도 될 수 없는 게 아닌가. 언론이 선거 대결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꼭 이런 통계를 기사로 실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중도에서 조용히 있는 국민이 무섭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싸우지 않고 중도에 서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좀 더 냉정하게 보도해 달라.

정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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