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석 민심, 국민은 무얼 보고 판단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안철수 후보가 19일 대통령선거 출마 회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정책선거 약속을 위한 3자 회동을 제의한 데 이어 21일에는 “추석 전에 만나 국민들께 추석 선물을 주자”고 회동 시한(時限)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만나는 것은 기회가 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고, 문 후보는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보들이 국민 앞에서 정책선거를 함께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안 후보가 1년간이나 뜸들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런 제의를 한 것은 3자 회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모르겠다. 구체적 정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책선거를 약속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추석 선물이 될 성싶지도 않다.

추석은 가족과 친인척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 머리에서 세상사(事)를 이야기하고 민심을 형성하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추석 민심이 대선의 1차 승부처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명박 예비후보는 2006년 추석 이후 박근혜 예비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릿수로 벌려 결국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됐다. 올해 대선은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누가 추석 민심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은 세 후보를 놓고 앞으로 5년간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판단 재료가 충분치 못하다. 각 후보가 되도록이면 좋은 화젯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국가지도자 선택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는 후보 본인의 도덕성과 자질, 국정 운영 능력이다. 이와 함께 후보가 과연 누구와 더불어, 그리고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국가를 이끌 것이냐 하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정당을 대표하기에 대강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소속 정당이 없는 안 후보는 밑그림부터 내놓아야 할 판이다.

세 후보가 진정 국민에게 추석 선물을 안기고 싶다면 후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 누구와 함께,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지 가늠할 수 있는 선거대책위의 면면과 정책선거의 구체적 내용물을 제시해야 한다. 보여주기성 이벤트나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감성 행보는 대선의 본질이 아니다.
#추석 민심#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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