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과 안철수의 밀담이 궁금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그제 박원순 서울시장을 찾아가 배석자 없이 30분간 대화했다. 박 시장은 회동 직후 “정치적 의미 없이 덕담만 나눴다”고 밝혔지만 그 정도라면 굳이 밀실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다. 박 시장은 작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5%에 불과했으나 50%대 지지도의 안 교수가 단 20분간 밀담을 통해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줘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두 사람의 ‘밀담 시즌2’가 서울시장 선거-대통령 선거의 ‘품앗이 약속 확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품앗이는 지난주 ‘새누리당의 안 교수 불출마 협박’을 폭로하는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장에 박 시장과 가까운 강인철, 조광희 변호사와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타남으로써 이미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시장은 “국민은 (차기 대통령으로) 정당 밖의 인물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로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에 반대했다. 그는 또 “안 교수도 과거와는 다른 혁신된 정당, 통합된 정당이 생겨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제3세력의 대선 후보가 되기를 희망했다.

실제로 ‘야권 통합 시민후보’라는 간판으로 당선된 박 시장은 서울시 내부에 야권 인사들로 ‘희망서울시정운영협의회’를 구성해 이들과 ‘공동정부’ 형태로 서울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의의 멤버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좌파 진영의 원로 백낙청 씨가 주도한 ‘희망과 대안’의 하승창 전 운영위원장, 홍용표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 등이다. 서울 시정(市政)이 종북좌파적 성향의 자문 기구에 포획돼 있는 셈이다. 대선에서는 안 교수를 앞세워 박원순-백낙청 씨 등 시민사회세력-민주당-심상정 등 통진당 탈당파와 일부 종북세력까지 ‘빅 텐트’를 치고 나설 것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안 교수는 어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국립현충원을 먼저 찾지 않고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성지인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것도 박 시장과의 연대정신을 살린 것인지 궁금하다. 안 교수는 출마선언을 하게 될 경우 누구와 손잡고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종북분자가 일부 포함된 세력과 사실상의 ‘공동정부’를 세우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국민은 대선 전에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안철수#박원순#밀담#대선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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