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석순]북극 그린란드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
이명박 대통령이 쿠피크 클레이스트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를 만나 북극항로 개척, 자원개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거론한 ‘코리안 루트’ 개척의 첫 대상지로 그린란드를 택해 친환경 북극권 자원 개발을 위한 ‘신(新) 북방 이니셔티브’를 천명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 지역엔 전 세계 미 발견 석유의 13%가 매장돼 있고, 그린란드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 수요량의 25%에 달한다.

극지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특히 최근 폭우와 가뭄, 폭설과 한파 등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원인이 북극에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각국은 북극 기후변화 관측 및 연구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북극의 급격한 해빙에 따른 자원 개발과 새로운 항로개척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 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이해 대립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북극 진출 10년을 맞았다. 2002년 4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 니올레순에 세운 ‘북극 다산과학기지(이하 다산기지)’가 세계에서 12번째로 북극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첫 북극 기지다.

북극 진출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 기초조사 연구를 시작으로 1999년에 중국 쇄빙선 설룡호를 얻어 타고 첫 북극 현장 조사 연구를 실시했다. 이후 국제북극과학위원회(IASC)에서 활발한 연구발표와 다양한 활동을 펼친 끝에 2002년 정회원국이 되어 다산기지를 설립할 수 있었다.

다산기지 설립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보다 활발히 북극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북극 해양 생태계 환경과 대기관측 연구에서부터 북극해 해양환경 복원, 동토층 환경변화 관측시스템 개발 등 고차원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북극 진출 첫해 1편에 불과하던 북극 연구 논문도 2010년에는 65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북극 연구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한 다자간 국제공동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국제 협력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활발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북극 스발바르 종합 관측망 구축 사업 기획연구(SIOS-PP)’와 ‘그린란드 빙하 시추 프로그램(NEEM)’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캐나다 등 북극지역 국가들과 양해각서(MOU) 체결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08년 ‘북극 이사회(Arctic Council)’ 옵서버 회원국 가입 승인과 함께 2011년 ‘북극과학최고회의(ASSW)’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는 2009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역할이 컸다. 기존 러시아, 캐나다와 같은 북극해 연안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비연안국의 북극해 진출을 꺼려 왔으나 첨단 기술을 갖춘 아라온호의 활약으로 우리나라가 동참하길 원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지금 북극은 신 냉전시대라 불릴 만큼 엄청난 자원과 신항로 문제를 두고 각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 그린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등이 북극해 진출을 통한 새로운 교역과 에너지 자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북극에서의 새로운 산업 자원 확보를 위한 제2의 도전이 절실하다. 지난 10년이 북극 진출을 위한 준비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북극의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실질적 성과를 내는 시기여야 한다.

다산기지 10년의 성과로 우리나라는 북극 연구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곧 극지과학이 다방면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긴요하다.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
#북극#그린란드#극지과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