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흉포한 성범죄자 날뛰는데 법·제도는 물러터졌다

  • 동아일보

집에서 잠자던 전남 나주의 초등학교 1학년 A 양이 덮고 자던 이불에 쌓인 채로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엽기적이고 끔찍한 사건이다. 일곱 살 A 양은 앞으로 평생을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어쩌다가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반(反)인륜적 범죄자들이 날뛰게 됐는가.

경찰은 A 양 인근에 거주하는 고종석을 혐의자로 붙잡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종석은 “술김에 그랬다”고 자백했다지만 흉악무도한 짓을 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셨을 수도 있다. 2008년 만취한 상태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은 징역 12년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다. 120년을 교도소에서 살게 해도 모자랄 판이라는 한탄이 시중에 나돈다.

우리 법원의 성범죄에 대한 판결은 너무 관대하다. 성범죄 형량이 다른 일반 범죄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미국과 대조적이다. 술에 취해 이뤄진 일을 눈감아 주고, 남자의 성 문제에 너그러운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성폭력 공화국’을 만들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형기를 채우고 나와서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고, 형기를 마쳤더라도 약물치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08년 1만5017건에서 2010년 1만8256건, 2011년 1만9498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성범죄 증가율은 6.7%로, 살인 강도 같은 5대 범죄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2007년 857건에서 2009년 1359건, 2011년 2054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 946건 가운데 상반기에 1심 판결이 내려진 217건 중 43%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만큼 법과 제도가 물러 터졌다. 수사하는 경찰부터 판사까지 가족이 그 꼴을 당했다면 그렇게 가볍게 풀어줄 수 있을지 묻고 싶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을 형의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지만 기다리다가 지칠 판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 중에는 외부와 관계 맺기에 실패한 외톨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 증세를 갖고 있는 사이코패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경남 통영에서 초등학교 4학년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범인 김점덕은 아동 포르노광으로 드러났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 포르노물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혐의자 고종석도 PC방을 자주 드나들었다는데 게임만 했는지, 뭘 들여다봤는지 경찰이 심도 있는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사설#성범죄#나주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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