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오후 3시부터 어제 0시 45분까지 9시간 45분 동안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내수를 확대하고 투자를 진작하며 주택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정부는 이를 ‘끝장토론’이라고 불렀다. 끝장토론은 본디 정권이 시작될 때 각계각층의 의견을 결집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4년 반이 지난 지금은 그동안 펼쳐놓은 정책을 평가하고 매듭지을 시점이지 새로운 일을 벌이기 위해 끝장토론을 할 때는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다지만 세계 경제침체가 지속될 경우 한국에도 먹구름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투자 및 내수 진작을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내렸다. 그러나 물가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돈을 계속 풀고 환율을 올리기는 힘들다. 수도권 주택 거래가 실종된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 복병’이 돼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4.5% 성장을 예상했으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3% 초반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를 의식해 과도한 복지공약 경쟁에만 급급하다. 종합적인 정부 대책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정부의 이날 발표 중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는 가계부채를 부풀리므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부담금 부과 중지 등은 5·10 부동산대책에서 발표됐으나 국회의 입법 기능 마비로 미뤄진 것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지금 부동산이 얼어붙은 것은 제도적 요인 탓이라기보다는 시장 장기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도만 만지작거리니 약효가 의심스럽다.
신(新)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의료보건 금융 관광 교육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푸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이다. 현 정부는 출범 전부터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외쳤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국제병원 하나 세우지 못했다. 대형마트도 물가 안정과 물류 혁명, 소비자 후생, 일자리 창출을 고려하면 규제 신설이 능사는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되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끝장토론 후 나온 대책에는 이런 알짜배기 경제 활성화 정책이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