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의 9장 ‘경제’ 부문이 시작하는 제119조에 들어 있다.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에 쓰인 대로 경제질서의 기본은 자유와 창의이며,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은 ‘필요하면 할 수 있는’ 보완 규정이다.
자본주의의 3대 원칙은 사유재산 계약자유 이윤추구, 즉 경제활동의 자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운용 과정에서 빈부격차 독과점 외부효과 등 ‘시장 실패’ 현상이 나타났고 수정자본주의를 통해 이를 보완함으로써 더욱 지속가능하고 튼튼한 체제로 거듭났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경험을 법으로 녹여낸 것이 지금의 우리 헌법이다.
시대 상황과 경제 여건에 따라 2항의 비중은 달라진다. 세계화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에 이은 유럽 재정위기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 조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유권자 대상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이 개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무절제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김 전 비대위원은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왜곡해 시장경제 자체가 경제민주화라고 한다면 자본주의 발달, 시장경제의 발전과정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도 그 개념을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김 전 비대위원은 헌법적 원론을 넘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경제민주화인지 각론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김 전 비대위원의 이력과 관련해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경제민주화 논쟁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재벌 때리기’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다. 재벌의 횡포를 규제할 필요는 있으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란 용어는 귀에 살갑게 다가올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서민을 포실하게 만드는 현실적 정책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