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익중]빈곤 사각지대부터 줄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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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소득보장제도는 불완전하지만 꾸준히 발전해왔다. 이런 제도의 발전은 나눠가질 수 있는 파이가 계속 커지는 경제의 꾸준한 성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수차례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고도성장에서 저속성장으로 전환되면서 과거와 같은 파이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경제 환경은 점점 악화되는 반면 인구의 고령화, 가족 해체의 증가 등으로 복지수요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도 빈곤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이 증가했고, 중하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은 이전과는 다른 빈곤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차상위계층 기초수급자로 책정을

자연스럽게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 이상의 주변집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차상위계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기초수급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행정적 개념으로 공식적인 빈곤선 바로 위에 있으면서 최저생계비 120% 이하의 소득을 가진 계층이다. 실제소득이 빈곤선보다 높다는 이유로 이들의 생활수준이 절대빈곤층에 비해 안정적일 것이라는 인식하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종 급여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전반적인 삶의 질이 기초수급자에 비해 열악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 지원이 기초수급자에게 집중되면서 차상위계층의 소득이 기초수급자보다 적은 소득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런 역설적 상황은 열심히 일해 차상위계층으로 올라가기보다 기초수급자로 안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근로의욕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불합리성을 극복하고 지원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고용, 주거 등의 복지 지원을 늘리고 근로장려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종전 정책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빈곤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가장 먼저 최저생계비 수준에 대한 상향 조정을 통해 좀 더 많은 차상위계층을 기초수급자로 책정해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차상위계층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현금 및 현물 급여의 종류와 수준을 확대해야 한다. 차상위계층의 경우 대부분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개입이라고 해도 한두 가지 빈곤 해결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빈곤 해결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포괄적 지원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동시에 개입해야 한다. 이런 포괄적 지원을 차상위계층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개별화된 접근이 가능해야 하기에 이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복지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포괄적 지원에 포함된 각 구성요소들이 서로 강화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하나의 목표 아래 일관성 있게 지원 내용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조정과 통합은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초노령연금-아동수당 확충해야

또한 근로장려세제가 효과를 보려면 저소득층에게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일자리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기초노령연금이나 아동수당 등 더욱 보편적인 제도의 확충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빈곤층을 위한 정책만으로는 빈곤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내실화하는 작업과 함께 일반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편적 서비스를 확충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빈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빈곤 해결책에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하는 동시에 그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빈곤#소득보장제도#근로장려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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