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제시된 ‘긴축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는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당선됐다. 올랑드는 취임 일성으로 “사람들은 모두 긴축이 끝나기를 원한다”면서 기존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유로존 국가들이 합의했던 ‘신재정 협약’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의 상황은 심각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이번 총선에서 제2당으로 급부상했으며 제1당인 신민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자 정부 구성권을 넘겨받았다. 치프라스 대표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유럽중앙은행·ECB 등에) 한 약속을 철회해야 한다. 그게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2년 동안 실시된 유럽 12개국의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세력이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연금 축소 등 재정긴축에 지친 유럽인들의 선택이다. 문제는 긴축 고삐를 늦춘다고 유럽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스가 당장 고통을 피하려고 위기의 근본 원인인 방만한 재정으로 회귀한다면 구제금융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칫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권 퇴출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유럽인들에게 고통을 무한정 강요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ECB가 돈을 푸는 방법도 있지만 ECB의 주요 관리들은 “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이면 금리를 올리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긴축을 둘러싼 유럽 각국의 노선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스로 수습된 유로존 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고 달러가 크게 올랐다. 유럽 상황은 우리에게 힘겨운 도전이다. 긴축의 영향으로 올 들어 4월까지의 유로존 수출은 전년 대비 18% 줄었다. 정부와 은행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유럽계 은행의 투자자금 회수에 대비해야 한다. 유럽 자금은 국내 외국계 투자액의 절반이나 된다.
건전 재정의 중요성도 되새겨야 한다. 우리도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를 피할 수 없다. 4·11총선을 계기로 정치권의 퍼주기 경쟁도 만만찮다. 재정을 올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유럽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선 국면에 정치지도자들은 인기 영합 공약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