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따르는 측근 비리는 대통령 리더십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여러 번 검찰 수사의 칼날을 비켜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결국 비리 혐의로 그제 철창에 갇혔다. 박 전 차관은 2005∼2007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이다. 현 정권 초기에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실세의 위력’을 과시했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관련 비리 혐의로 구속됐지만 해외자원개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포스코 회장 인사 및 이권 개입과 관련한 다른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형 계좌에 2007년부터 3년 동안 거액이 입출금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것이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 계좌라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왕(王)차관’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했던 그가 저지른 권력 오남용의 진상이 얼마나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 중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해 비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박 전 차관까지 구속돼 이 대통령 측근 가운데 온전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상득 의원도 보좌관의 뇌물 비리 및 비서실의 돈세탁 의혹때문에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말은 이 정권을 조롱하는 부메랑이 돼 버렸다.

박 전 차관은 월간지 ‘신동아’ 작년 10월호 인터뷰에서 “나는 이 대통령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언제든 검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데, 잘못 하면 감방 가는데, 이권에 개입하거나 처신을 함부로 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제 그의 말은 믿을 수 없게 됐다. ‘박 전 차관은 정권이 바뀌면 구속 1호’라는 말이 시중에 공공연히 나돌았는데,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구속됐다. 측근들의 부패와 월권(越權)을 다그쳐 잡지 못한 이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측근통솔 리더십의 실패다. 지금까지 드러난 측근 비리만으로도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사과해야 할 처지다.
#이명박 대통령#파이시티#측근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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