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영훈]맘껏 페달 밟을 수 있는 곳으로… 선수단 유족 ‘마르지 않는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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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훈 사회부
장영훈 사회부
“화물트럭 운전자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 선수단 감독도 처벌받아야죠.”

경북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 교통사고로 애지중지 키운 딸 박은미 선수(25)를 잃은 박점태 씨(46)는 사고가 난 지 5일이 지난 6일에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마음 놓고 사이클을 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5일 오전 경북 상주시 복룡동 한 장례식장에서 열린 박 선수와 이민정(24), 정수정 선수(20) 합동영결식은 울음바다였다. 상주시청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상주시민, 체육계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장례식은 치러졌지만 선수단과 유족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보상 문제가 난항을 겪는 데다 사이클 훈련 매뉴얼 마련 같은 후속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유족이 주장하는 사고 상황은 사이클 도로 훈련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유도차량-선수단-후미차량’ 대열 사이에 안전거리 확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처럼 선수들이 피할 겨를도 없이 추돌당한 것은 후미차량이 매우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게다가 각 차량 탑승자 1명이 운전과 속도 조절 무전, 도로 안전 확보 같은 상황을 모두 챙겨야 하는 점도 문제다. 사고 도로에는 80km 이상 달리는 화물트럭이 넘쳤지만 선수단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았다. 선수단의 안전을 담보한 것은 고작 앞뒤 차량 비상등뿐이었다. 정 선수의 아버지 정진원 씨(50)는 “선수들을 덮친 것은 분명히 감독 차량이다. 대형 인명 사고 원인은 50m 이상 안전거리를 두지 않은 감독 과실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주시는 선수들에게 상해보험금 1억 원 외에 보상을 해줄 근거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선수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로 인한 재해 보상은 받을 수 없다. 상주시는 보름 후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의 정밀 사고조사 결과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유족과 보상 문제를 다시 협의키로 했지만 유족들은 근본대책 마련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주시와 선수단이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것은 딸아이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정 선수의 어머니 김순희 씨(47)는 이날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 대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주에서
장영훈 사회부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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