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경선 조작으로 도덕성을 의심받은 통합진보당이 이번에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참여당 출신인 이청호 통진당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은 당 홈페이지에 ‘부정선거를 규탄하며’라는 글을 올려 “윤금순 후보(1번)와 오옥만 후보(9번)가 바뀐 건 현장투표였다. 현장투표가 엉망이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옛 민주노동당 출신이) 이동 투표함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이라고도 했다. 자기편의 승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진당 당권파의 치부(恥部)가 또 드러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비례대표 1번 윤금순, 2번 이석기 당선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두 사람은 통진당 주류인 범주체사상파로 분류된다. 윤 당선자는 2005년 인천 맥아더 동상 파괴를 주도한 ‘통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경기동부연합 소속인 이 당선자는 친북성향 지하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을 재건한 주사파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 위원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통진당 당권파가 주사파를 국회에 보내기 위해 부정 경선을 자행한 셈이다.
통진당은 4·11총선에서 300석 중 13석(4.3%)을 얻었다. 18대 국회에서 7석을 갖고도 결정적 국면마다 대의(代議)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최선봉을 맡았다. 주요 간첩단 사건에서는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 인사들이 연루된 사실도 드러났다. 비례대표 순위 조작 의혹은 당권을 쥔 주사파 그룹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심상정 통진당 공동대표는 경기동부연합 등 주사파 그룹에 대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며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려는 통진당의 중요 개혁과제”라고 말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실체가 없고, 주사파 공세는 색깔론”이라는 이정희 공동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일부 당원은 당 홈페이지에 주사파 그룹은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밝히라는 글을 올렸다. 납세자인 국민은 세금이 주사파 의원들의 활동비로 사용되는지 분명히 알고 싶다.
비례대표 순위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통진당 지도부는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지만 당 차원의 조사가 국민적 의구심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 의뢰해 공개 검증을 받는 게 옳다. 비례대표 순위 결정은 당내 문제라지만 고소 고발이나 수사 의뢰가 있다면 수사기관이 나서 경선 부정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