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눈속임하는 선거용 선심법안 폐기시켜야

  • 동아일보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 선심성 법안이 넘쳐난다.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법’ 등 논란이 된 몇몇 법안 외에도 막대한 재정과 국민 부담을 초래하는 법안이 많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특정 지역이나 이익단체의 표를 얻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무총리실이 선거용 선심법안 10여 개에 주목하면서 관련 부처와 함께 입법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꼭 해야 할 일이다.

도시에 위치한 군(軍) 공항을 이전하자는 내용을 담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 특별법안’의 경우 한 곳마다 줄잡아 조(兆) 단위의 돈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예산 편성 없이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국회 법사위를 버젓이 통과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 개정안’은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발전소 주변 지역 범위를 반경 5km에서 10km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원자력발전소만 계산해도 연간 5618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전기요금이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다.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반경 5km 이내 지역과 지원 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한 ‘LNG 인수기지 특별법’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인수기지 외의 LNG 시설, 액화석유가스(LPG)·석유비축·화학시설 인근 지역으로 지원 요구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법들은 엄청난 재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공공요금과 물가에 압박을 가한다.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기 위해 전체 국민이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계류돼 있던 법률들이 작년 12월 말 예산 처리를 전후해 국회 해당 소위 등을 무더기로 통과했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재원 대책 없이는 입법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거창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배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거창사건 배상 특별조치법’은 필요한 재원이 850억 원이다. 유사 피해자를 포함할 경우 25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현재 월 18만 원씩 일률 지급하고 있는 무공영예수당을 훈장 등급별로 차등 지급하자는 ‘국가유공자 예우법 개정안’도 시행하자면 29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으로 손쉽게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무리한 입법을 추진한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더 기승이다. 법안 제출 때부터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충당할지, 그래서 어떤 국민에게 얼마나 비용을 부담시킬지를 반드시 명기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