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이상돈, 민주당 정체성을 대변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4대강 전도사 이재오 의원과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나경원 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총선 국면을 위해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에게도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도한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구체제를 상징하는 분들이 총선에 나가면 국민이 볼 때 과연 이게 바뀐 정당이냐는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4대강 사업과 한미 FTA 비준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을 만하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강력히 반대해 왔다. 민주당은 어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FTA의 발효 전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우리의 요구를 미국 정부가 간과한다면 다수당이 된 뒤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 여당이라면 두 사안의 성과를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총선을 통해 당당하게 평가받아야지 이 위원처럼 부정하고 지우려 드는 것은 패배주의적 자세다.

이 위원은 대표적인 4대강 사업 반대론자다. ‘4대강 위헌위법심판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줄곧 4대강 반대 활동을 벌였다. 개인 의견을 공당(公黨)의 공천 기준과 연결짓는 것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태도다. 농촌 지역의 표를 의식해 김 전 본부장의 공천에 반대하는 것도 정도(正道)가 아니다. 지난해 8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나섰을 때 새누리당은 오 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 안을 지지했다. 야권의 투표 거부 등으로 투표율이 저조해 결국 투표함을 열지도 못했지만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한 새누리당 사람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 위원은 ‘MB(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관련된 주요 인사들을 모두 내쳐야 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공천과 관련한 이 위원의 언사(言辭)는 야권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꼴이다. 정치 도의에도 맞지 않고 내부 분란만 부채질할 뿐이다. 이런 식의 기회주의적 발상으로는 새누리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이 위원의 말을 따르다가는 ‘표 대박’이 아니라 ‘표 쪽박’을 찰 수도 있음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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