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민호]법관 재임용때 인성-중립성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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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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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 헌법 제105조는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임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국회의원, 헌법재판관 등 몇몇 기관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에 비해 임기가 가장 길다. 이처럼 헌법이 법관의 임기를, 그것도 가장 긴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법관들에게 외부적 요인에 흔들림 없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하라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까닭이다.

이런 국민의 뜻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법관의 신분 보장과 더불어 법관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시스템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법관인사규칙은 10년 임기를 채운 법관이 연임을 희망할 경우 법관인사위원회의 조사·심의와 대법관회의 동의를 거쳐 재임용(연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재임용 절차를 통해 법관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988년 이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법관이 고작 3명에 불과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까지 법관의 재임용 시스템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법관 재임용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키려면 법관의 인성과 자질, 근무성적을 엄격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법관의 재임용 심사를 강화하려면 근무성적 평정 외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추가적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정신건강과 인성을 검사해 그 결과를 재임용 여부의 판단자료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어느 대학이 신임 교수를 공채하면서 지원자들의 정신건강 상태와 인성을 검사했는데 놀랍게도 교수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부적격자가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 법관은 교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법관의 재임용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정신건강 및 인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에게 재임용 대상 법관의 연임 적합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80명의 법관 중 27명이 부적합 표를 받았는데, 부적합 사유가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자세, 반말과 모욕적인 말투, 감정과 편견, 예단을 쉽게 내비치는 태도 등 인성적 부적합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한다.

둘째, 가치중립적 균형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외압으로 인해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일부 법관이 정치적 외압이 아닌 자신의 편향된 이념에 경도돼 정치적 중립성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 그 이념이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어느 쪽에 편향돼 있느냐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으로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법관이 이념적 편향성을 가지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법관은 이미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땅히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법관의 재임용이 마치 정치적 보복을 위한 수단인 것처럼 색깔을 덧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할 사법부를 오히려 정치화하려는 세력들로부터 사법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대법원은 법관 재임용의 기준과 절차를 더욱 세밀하고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 기회에 평생법관제와 더불어 법관 재임용제도가 실효성 있게 정착돼 사법부가 국민에게 존경을 받고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관#헌법#가치중립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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