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관이 편향되면 사회불안 초래된다”

  • 동아일보

서울고법 이한주 부장판사가 그제 법관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법관 여러분, 다 함께 생각해 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은 판사의 역할과 자세에 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 부장판사가 “편향된 철학을 가진 법관이 자주 등장하면 국민은 사법부 전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불안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요즘 튀는 판결과 막말을 하는 법관들이 곱씹어볼 만하다.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관의 양심’은 법대에 앉은 한 개인의 독선이나 편견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인식이어야 한다. 판사가 독단적인 견해로 입법자의 기능을 대신하려고 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사법부 전체의 명예와 신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비속어가 아닌 품위 있는 언어를 써야 한다. 젊은 법관이라도 존경받는 어른과 같은 성숙한 사고와 품위 있는 처신을 해야 한다”는 글도 공감할 내용이다.

일부 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며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되는 주장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가카새키 짬뽕’ 등 저급한 표현을 올렸다. 한 판사는 법원장의 경고를 받고서도 ‘(경고 자리가) 격려와 위로 분위기였다’며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이 부장판사는 “SNS가 자정력을 상실할 경우 헌법이 추구하는 기본권 보장, 삼권분립의 원칙, 기존의 정당정치, 국가기관의 역할을 무력화하고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SNS는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중간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할 법관은 SNS 글쓰기에 다른 어떤 직업인보다 신중해야 한다.

전체 판사 2600여 명 중 주류(主流)는 일부 튀는 법관이 아니라, 사법시험 25회 출신으로 판사경력 26년인 이 부장판사 같은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다수의 법조인이 일부 판사의 행태로 인해 사법부 전체의 명예가 손상되고 있다며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부장판사의 상식적인 글이 지지를 받는 것은 최근 자질이 의심스러운 일부 판사의 막말과 수준 미달 행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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