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세계가 ‘살인船’ 지켜보는 줄 알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이청호 경사를 살해한 중국 어선(漁船) 루원위호에서 6m가 넘는 죽창과 손도끼 낫 갈고리 쇠파이프 등 흉기 20여 점이 압수됐다. 바다에 그물을 내리기 위해 매다는 납덩이도 따로 수십 개씩 떼어놓고 있었다. 단속 해경에게 던지려는 용도였다. 중국에서 출항할 때부터 우리 해경의 단속에 저항하기 위해 해적처럼 무장하고 한국 해역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도대체 고기를 잡는 배인가, 사람을 잡으러 오는 배인가.

중국 어선의 살인 어로가 기승을 부리지만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재탕 삼탕이어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이 허락된 중국 어선은 연간 1762척, 허가 어획량은 6만5000t이지만 실제 불법조업 어선 수는 20만 척을 넘는다. 저인망식 촘촘한 그물로 치어(稚魚)까지 싹쓸이해 어족의 씨를 말리는 데도 정부 당국은 중국 배가 얼마나 잡아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해에서 중국 어선의 폭력과 탈법어로가 계속돼도 중국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마찰을 우려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이번 일을 당했다. 굴욕적인 사대주의 외교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회는 온통 내년 4월 총선에 정신이 팔려 강도 높은 규탄 결의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어선이 이랬다면 야권에서 이렇게 조용했을 것인가.

내년이면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가 위기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제 서울에서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흥분한 시민이 차를 몰고 경찰버스로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중국 국기를 태우려다 저지당한 일이 있었다. 반대로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에는 공기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쇠구슬이 날아들었다. 중국 외교부의 뒤늦은 유감 표시나 중국 일부 누리꾼의 지각없는 반응은 우리 국민을 격분시키고 있다.

다음 달 초 예정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방중한다면 중국 정부에 우리의 의지를 강력히 전달하고 양국이 공동으로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적 교섭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의 앞마당에 와서 불법어로와 폭력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중국 어선에 본때를 보여줘야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다. 만만하게 보이면 늘 당하고 사는 이치는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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