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폭력 처벌’에 대한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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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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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기자
조수진 정치부 기자
11일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결정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 난장판이었다. 일부 민주당 사수파 대의원은 연단을 점거하고 통합파 대의원, 당직자를 상대로 멱살잡이를 했다. 행사장엔 액젓과 액체비료가 날아다녔다. 이른 바 ‘난닝구 사건’의 장본인인 60대 남성 이모 씨는 전대 행사장 앞 대의원증 교부처에서 “지문 날인을 왜 하라는 거냐”며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렸다.

저질 정치의 극치를 보여준 폭력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다음날 “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런 모습(폭력)이 민주당을 국민의 마음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당은 폭력을 휘두른 사수파 측 대의원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사진판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사수파들은 “‘의결 정족수’에 대해 법적 논란이 있고 합당은 합의가 안 된 것”이라며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거냐”고 항변한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법적 대응도 타당한 조치다. 하지만 생각해볼 것이 있다. 민주당이 자주 보여온 ‘폭력의 풍경’들이다.

최근 3년 연속 연말마다 민주당은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에 맞서 주먹을 날렸다. 여당 의원들의 목을 졸라 넘어뜨리기도 했다. 본회의장, 국회의장석, 국회 예결위회의장 등에서 어김없이 점거를 반복했다.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정 과정에선 국회 회의장 문을 해머로 부수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때마다 “거대 여당의 ‘힘’에 맞서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실력행사”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한미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을 때도 민주당은 비판 논평을 한 줄도 내지 않았다. 종로경찰서장이 한미 FTA 반대 시위대에 폭행을 당했을 때도 민주당은 “종로서장이 흥분한 군중들 속으로 의도적으로 걸어가 폭력을 유도했다면 이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폭력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때마침 연말이다. 한나라당은 13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미래희망연대와 함께 12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번 예산정국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폭력’이란 똑같은 행위를 재는 잣대가 둘이 돼선 곤란하다. 민주당의 처신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수진 정치부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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