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긍정적 전망이 불가능한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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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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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나라당의 혼란에 정신이 팔린 사이 남북관계가 다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들어오는 이때쯤이면 이듬해의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의 주도권을 놓고 밀고 당기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지만 올해는 이미 결론이 나버린 느낌이다. 전망이 결코 밝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북한 외무성보도관의 담화는, 두 번에 걸친 북-미예비회담이나 남북의 물밑 접촉, 그리고 중국 고위급 인사의 설득에도 아랑곳없이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전 비핵화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와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2005년 맺은 9·19공동성명을 단계별로 이행하라는 기존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실험용 경수로 건설과 그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 생산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가) 이 같은 평화적 핵 활동을 불법화하거나 무제한 지연하려 한다면 단호하고 결정적인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은 우라늄 농축 정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재개 등 단계적 비핵화조치의 가능성을 넌지시 흘리면서도 ‘6자회담의 무조건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미 양국은 6자회담 재개 이전에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 다시 말해 우라늄 농축활동의 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때 미국이 한국을 제쳐두고 북한과 직접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미국의 태평양시대’라는 논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캔버라 연설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아시아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한미 공동보조도 더 공고해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를 어떻게 생각할까. 5일 노동신문 사설은 이를 ‘극악한 음모’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미중 대립이 심화될수록 중국에 북한의 존재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강경한 대미 대남 정책을 가능하게 하고 권력승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012년 남북관계는 각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북한은 내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희를, 4월에는 고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이라는 최대의 축하행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도 3월 핵안보 정상회의, 4월 총선, 12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4월까지는 북한의 대화공세가 계속될 것이다. 6자회담의 무조건 재개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은 한국과 미국을 비난하는 기존의 태도를 되풀이할 것이다. 공연히 도발적 소동을 벌여 주변국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총선에서 여당을 유리하게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여름 이후부터는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단념한다고 해도 한국과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교섭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려고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에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될 한국 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달라는 것과 만약 무력도발이 자행될 경우 북한과의 포괄적 교섭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아 달라는 것이다. 이런 자세야말로 북한의 도발행위를 막을 수 있는 최대의 억제력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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