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함재봉]20대는 우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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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오늘의 20대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좌파인 것 같다. 한나라당에 비판적이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찍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열광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보니 2030은 물론이고 2040이란 말이 나온다. 지금의 30대나 40대와 같은 정치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 선거에서도 같은 투표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오늘의 20대를 30, 40대와 같은 정치집단으로 묶을 수 있을까.

아니다. 20대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을 좌파라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 아산정책연구원 11월 월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물었을 때 20대의 36.4%가 ‘일자리 창출’, 16.3%가 ‘소득 재분배’라고 답했다. 반면 30대는 각각 21.8%와 20%였다. 20대는 부의 재분배를 통한 혜택보다는 일할 기회를 달라는 사람이 30대보다 훨씬 많다. 안보관에서도 대단히 우파적이다. 북한을 경계의 대상, 적으로 보는 경향이 60대를 제외한 그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최근에는 해병대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단다.

오늘의 20대는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갖고 있다. 우선 그중 80% 이상이 대학을 나왔다. 1980년에는 대학 졸업자 비율이 20%대 초반에 머물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0%에 불과했다. 우리 민족 사상 교육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해외 유학생은 2001년 15만 명에서 2010년에는 25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학 재학생 증가율은 1.5%였지만 유학생 증가율은 5.5%에 달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 갖춰

이도 모자라서 요즘 20대는 ‘취업 9종 세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학벌, 학점, 영어 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봉사활동에 성형수술까지 포함된다. 대졸 구직자의 67.5%가 자격증이 있고 자격증 개수는 평균 2.2개다. 28.5%가 인턴 경력을, 13.4%가 공모전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교육을 가장 잘 받고 가장 세계화되었으며 가장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은 세대가 오늘의 20대다. 1980년대 국내 문제, 특히 계급과 민주화 문제에 몰입하면서 해외 유학을 사치 내지는 ‘배신’으로 간주하던 386세대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과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굳이 좌파로 보는 이유는 무얼까. 지난번 선거 때 박원순 후보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박 후보를 찍었을까. 안철수 원장 때문이다. 안 원장은 좌파인가. 아니다.

그는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지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몰두했고 회사를 차려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고는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이도 그만두고 자본주의의 첨병을 길러내는 미국 굴지의 경영전문대학인 와튼스쿨에서 MBA를 따왔다. 그 후에는 KAIST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있다. 자신의 소질과 취미에 따라 분야를 바꾸고 새로운 것에 열정을 갖고 도전해 왔다. 서울대,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 최고경영자(CEO), MBA, 교수. 안 원장의 ‘스펙’은 우파의 완결판이다. 최고의 스펙과 교육수준, 경험과 실력을 갖춘 20대가 안 원장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다.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또 한 사람이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다. 잡스 역시 애플사를 창업했지만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픽사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만들어 전혀 새로운 기법으로 ‘토이스토리’ 등을 제작하면서 영화사와 대중문화사에 한 획을 긋는다. 애플사로 복귀한 후에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원을 제공하는 아이튠스를 만들어 음악계를 뒤집어놓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어 우리의 삶을 바꿨다. 잡스 역시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삶을 살았다.

복지보다 일자리 창출에 관심많아

안 원장은 잡스의 공식 전기 추천사에 그가 ‘이 시대 최고의 멘토’인 이유는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 정신’이라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 바로 열정과 도전 정신’이라고 하였다.

끊임없는 열정을 갖고 도전하면서 살라는 이 메시지는 우파의, 보수의 전형적인 메시지다. 나라와 사회에 기대지 말고, 기존의 질서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위대하게 만들라고 한다. 이보다 더 보수적일 수 없다. 안 원장 본인은 물론이고 그와 잡스를 추종하는 대한민국의 20대는 스펙으로 보나, 가치관으로 보나 철저하게 우파다.

이들을 끌어안기는커녕 이해조차 못하는 한나라당과 한국의 보수가 답답할 뿐이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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