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FTA 연설, 野가 방해하면 국민 앞에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청하려던 계획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제 “대통령의 연설로 야당에 FTA 통과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부했다.

이 대통령은 미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다음 날인 이달 13일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초당적 협조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연설을 했다. 한미 FTA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나는 반대했지만 축하한다”고 인사했다는 소식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FTA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데 정작 우리 국회에서 못 하는 것은 난센스다.

선진국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의회에 나가 설명하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해 대통령을 초청하면 언제든 갈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야당이 대통령과 소통을 거부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직접 국민 앞에 한미 FTA의 효과와 의미, 비용과 보완책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국회가 지난주부터 나흘간 ‘한미 FTA 끝장토론’을 마련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대 측 토론자들은 정부 측 설명을 듣고도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 반대 측은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와 관련해 “한미 FTA 때문에 건강보험제도 등 우리의 공공정책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고 문제 삼았다. 정부 측으로부터 “공공정책에 대한 부분은 예외가 인정되거나 포괄적 유보가 돼 있는 상태”라는 설명을 듣고도 “만일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어쩔 것이냐”는 식으로 물고 늘어졌다. FTA 저지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관계자들은 그제 토론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몰려나와 “나를 밟고 가라”며 의원들을 막아섰다.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어제 FTA 비준안의 표결 처리를 시도했으나 야당 반발에 표결도 무산됐다. 민주당은 송민순 의원처럼 “국가 미래를 위해 한미 FTA가 필요하다”고 믿는 의원들에게 소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이 대통령이 열과 성을 다해 국회의원과 국민을 설득한다면 우리의 경제영토를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위업(偉業)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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