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찬규]자기주도학습으로 사교육비 47.9% 줄였다

  • 동아일보

박찬규 부산 명호고 교장
박찬규 부산 명호고 교장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는 약 21조 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학원·보습 교육비는 가구당 17만5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줄었다. 조금 줄었지만 높은 사교육비는 여전히 큰 관심사다. 현실적으로 공교육이 사교육 스타강사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학교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스스로 배운 것을 익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 명호고는 이런 노력으로 학생 1인당 사교육비를 47.9% 줄이고 교육과학기술부 조사에서 사교육 참여율 감소 폭이 41.4%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환경을 만들고 소통의 학교 문화, 교사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9년 사교육 절감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되면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자기주도적인 학습문화를 만들고 집중적인 교과학습을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매주 영어, 수학 담당교사들이 그 주에 배운 교과 단원과 관련한 쓰기 중심의 예습 복습 자료, 심화 문제로 구성된 ‘학이시습지’라는 학습지를 만들어 매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교사는 이를 꼼꼼히 첨삭하는 지도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배운 것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방과후 교육프로그램도 강의 위주의 교사 특강은 지양하고 전공 교사가 해당 교과의 멘토가 돼 학생들에게 맞춤형 과제를 내주고 익힘 여부를 꼼꼼히 점검했다. 이런 결과 획기적인 사교육 절감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신뢰가 커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명호고에선 창의경영학교 지원 사업을 통해 태블릿PC 30대를 구입하고 스마트교육 교사동아리를 조직해 창의력 신장을 위한 교실수업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학생들에게도 태블릿PC를 제공해 수업에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시시각각 바뀌는 수명 짧은 정보를 쓸데없이 암기하지 않도록 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지식을 창조할 줄 아는 교육을 할 것이다. 나아가 학교 시험에서도 태블릿PC를 활용해 시험을 치르도록 할 생각이다.

학교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학교의 변화는 교장 한 사람만의 변화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노력이 필요하고 국가적 차원의 관심 또한 필요하다. 명호고 또한 학교 내부의 의지와 이런 의지를 현실화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지원 사업을 통한 여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의미에서 교과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하는 창의경영학교 지원사업은 사교육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런 사업을 통해 공교육 자체에서 학교 변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성과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시대의 트렌드 변화와 그에 따른 인재관 변화 등에 대한 학교 단위의 학부모 연수가 이루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런 근본적인 노력이 사교육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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