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성 전 광주고법 부장판사가 친구 변호사를 법정관리기업에 소개하고 투자이익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선 판사가 파산재판부 재판장이었을 당시 법정관리인에게 친구 변호사를 소개한 것이 조언이나 권고에 불과하지 알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파산재판부의 감독을 받는 법정관리인이 재판장의 권고를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처지였는지 의문이다. 선 판사의 부인이 남편 명의의 통장에서 2억 원의 투자자금을 빼내갔는데도 부인의 투자여서 몰랐다는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도 상식에 비춰 논란의 소지가 있다.
뇌물 혐의이든 알선이든 소개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검찰 수사가 선 판사의 혐의를 입증할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수사 초기에 선 판사와 친구 변호사 등에 대해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 11건을 기각해 그때부터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재판에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 선 판사는 21년 법관 생활 중 19년 동안 대부분 광주지법 판사로 근무한 향판(鄕判·지방판사)이다. 광주지법이 선 판사의 재판을 맡을 판사의 부담을 고려해 검찰에 다른 법원으로 관할을 옮겨 재판하는 방안을 권고했는데도 검찰은 그대로 뒀다가 지금 와서 “법원에 자정(自淨)능력이 있을 줄 알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선고를 내린 형사2부 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선 판사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올 초 광주지법에서 잠시 함께 근무했다. 그는 공판에서 선 판사에게 ‘피고인’이란 호칭 대신 ‘선재성’ 또는 ‘선 부장판사’라고 불렀다. 지법 부장판사가 휴직 중인 현직 고법 부장판사를 재판한 사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무죄 선고가 내려지니 판사는 법 위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도 되짚어봐야 한다. 선 판사는 법정관리업체 관리인이나 감사로 친형이나 친구, 운전사를 선임해 물의를 빚고 광주고법과 대법원의 진상조사 끝에 징계를 받았다. 향판은 지역사회를 이해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지연 학연으로 지역사회와 얽히기 쉽다. 사법부는 이번 기회에 향판 인사제도도 손을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