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민]간첩까지 두둔할 수 있는 남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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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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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대통령의 생일을 몰라도 되는 사회가 탈북자인 필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이다. 100원 또는 200원씩 오르고 내리는 휘발유값은 알아도 평소 자신들이 누리는 행복의 무게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회 역시 대한민국이다. 신용카드와 은행계좌의 비밀번호는 줄줄 외우고 다녀도 내 것 외에는 무관심한 사회 풍토 속에 6·25와 8·15의 의미조차 잊혀져가고 있는 것 또한 남한 사회의 현실이다.

북한 같으면 김정일의 생일을 모르는 사람이 간첩이요, 김정일의 생일날 진행되는 온갖 정치행사에 이유 없이 빠지거나 불성실하게 참가하는 사람은 정치범이다. 굶어죽은 자식 앞에서 흘리던 눈물을 채 닦아내기도 전에 ‘사회주의 승리를 위한 전투’가 강요되고, 강요된 전투장에서 너나없이 맹목적인 충성경쟁을 벌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다.

그런 북한에 비해 대한민국이 덜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인지, 저들이 누리는 행복의 가치는 애써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행위들만 골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의 초등학생들도 졸업해 버린 ‘만경대정신’을 운운하는 수준 없는 대학교수가 있는가 하면 “김정일 총비서를 ‘민족의 영수’로 조국 통일의 구성으로 충직하게 받들자”던 범민족 무슨 본부의 남측 의장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한민국을 찾아온 필자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서울 한복판에서 활활 타오르던 촛불의 광란을 바라보아야 했고 정치 일번지라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대낮에 벌어지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을 꿈인 듯 지켜보아야만 했다.

급기야 정체 모를 한반도기가 태극기를 대신해 인공기와 나란히 서울 상공에 나부끼고 북한노동당 공작부서에서 만들어낸 ‘우리 민족끼리’라는 선정적인 구호가 자유 통일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좀먹으며 먹구름처럼 한반도를 뒤덮은 적도 있었다.

‘무료교육’과 ‘무상치료’를 주창하다가 지리멸렬하는 저 북한에 비해 우리 사회는 정말로 “잘사는 놈들만 잘살고 못사는 놈들은 못사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북한 노동당의 주장)라는 것인지 ‘무상’의 구호가 난무하다 못해 초등학생들의 도시락까지 파고들고 있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어안이 벙벙해진다.

놀랍다. 주한미군 철수로부터 국가보안법 폐지에 이르기까지, 한 발짝 더 나아가 무상분배에 무료급식까지 저들이 하는 일 모두가 북한의 주장을 따르고 있고 북한에서 못다 한 일을 답습하고 있으니 북한이 그리 좋으면 이제라도 대한민국 국적을 반납하고 북으로 가지 그러냐고 외치고 싶기까지 하다.

심지어 재판을 받는 법정에서까지 김정일을 향해 만세를 부르고 노동당의 지령을 줄곧 받아왔다는 그 무슨 ‘왕재산 간첩단’ 사건마저 튀어나오는 사회, 문제의 간첩사건마저 두둔하고 비호하는 사람들까지 살아 숨 쉴 수 있는 남쪽 나라가 좋기는 참 좋은데 왠지 불안해 보인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그늘 아래 은폐된 저들의 정체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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