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리아 독재정권의 자국민 학살 규탄한다

  • 동아일보

부자(父子) 세습국가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 탄압이 집단학살 수준에 이르고 있다. 3월 중순 첫 시위 발생 이후 군과 경찰의 발포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훌쩍 넘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시위진압 방법은 반인륜 범죄에 해당할 정도로 잔혹하다. 시위가 발생한 마을을 완전 봉쇄한 뒤 탱크를 동원해 학살을 자행하는가 하면 저격수가 길거리에 나서는 사람을 무차별 사살하고 있다. 병원의 전기와 수도를 끊어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미숙아 8명이 죽었다.

41년째 부자 세습 통치를 하는 시리아는 북한에 버금가는 폐쇄국가다. 인구 150명 중 한 명꼴로 비밀경찰일 만큼 철저한 강압통치를 하고 있다. 급사한 아버지의 권력을 승계한 알아사드는 2000년과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요식행위 같은 투표를 통해 97%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현 집권세력은 이슬람 소수파인 알라위파(시아파 분파)인 반면 국민 대다수(약 75%)가 수니파다. 소수파가 학살과 공포정치로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현 대통령의 아버지는 1982년 한 도시에서 2만 명을 몰살한 학살자다.

아랍연맹(AL)과 걸프협력회의(GCC)는 “유혈사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랍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국왕성명을 발표했다. 최대 수니파 왕정국가인 사우디는 시리아군이 수니파를 무차별 학살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시아파 이란의 세력 확장을 견제한 것이다. 시리아의 독재자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한 독재자의 말로가 처참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력이 없어 군사 개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도국들이 외교적 압력과 무력시위를 통해 인종학살을 중단시키지 못한다면 역사에 오점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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