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에 軍 기밀 팔아먹은 前 공군참모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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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단체의 비밀 및 정보를 몰래 빼내 다른 국가나 단체에 넘기는 것이 간첩 행위다. 우리와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는 물론이고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와 동맹국에 기밀을 넘기는 것도 간첩 행위가 된다. 1982∼84년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무기중개업체 S기술 대표 김상태 씨 등 3명이 우리 군사기밀을 미국 방위산업체에 팔아넘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은 충격적이다. 공군의 최고지휘관인 참모총장 출신이 군사기밀을 팔아먹을 정도라면 우리 군 전반에 기밀 유출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200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20여 건의 군사기밀을 빼내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에 제공했다고 한다. 공군 무기구매 계획과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 국방중기계획 같은 중요한 군사기밀이 개인적인 돈벌이를 위해 넘겨졌다. 김 씨 등이 2009, 2010년 2년간 록히드마틴에서 받은 수수료만 25억 원이나 됐다. 김 씨가 S기술을 설립한 시기는 1995년이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7년인 점을 감안해 2003년 이전 행적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이들이 실제로 미국 측에 넘긴 군사기밀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재판받은 사람만 25건에 50여 명이다. 대부분 육해공군 본부나 방위사업청 등의 군수 정보 작전 분야에서 근무하고 예편한 뒤 신무기 도입 및 미래 전략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는 예비역 간부에 대한 현역들의 ‘전군(前軍) 예우’ 관행 탓도 크다. 군사기밀 유출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과 같은 매국(賣國) 행위에 해당한다. 예비역의 방위산업체 취업이 지금도 제한돼 있긴 하지만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1996년 미 해군 정보국에 근무하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 씨를 워싱턴 주재 한국 무관에게 북한 잠수함의 행적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기소해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지난해 폭스뉴스에 북한 관련 정보를 유출한 한국계 국무부 선임보좌관 스티븐 김 씨를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어느 국가에서나 군사기밀 유출은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005년 이후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 판사들이 군사기밀 유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대부분 관용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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