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손학규 대표, ‘희망버스’ 타지 않는 게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일요일인 그제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입구에서 3차 희망버스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인 지 200일째를 맞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지지하는 일부 노동계와 야당 인사들은 3시간여 동안 ‘시국회의 200’ 행사를 열었다. 바로 맞은편에선 영도구 주민자치협의회 소속 30여 명이 “외부세력과 정치권이 개입한 희망버스는 부산 시민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며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민과 시국회의 집회 참석자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시국회의 집회엔 민주당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원혜영 이종걸 조배숙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 가장 왼쪽에 자리한 인물들과 민주노총, 진보신당이 결합한 모양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당의 대표로 투쟁과 대화의 가운데서 중심을 잡겠다”며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손 대표가 당 안팎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불참을 결단하기까지에는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좌파 진영은 희망버스 행사를 키워 야권 공조를 강화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이슈 선점의 무대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부산 민심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영도 주민 1만여 명은 3차 희망버스 저지에 나설 계획이다. 한진중공업 노사 양측은 지난달 27일 파업 철회 및 업무 복귀에 합의했다. 이후 3년간의 수주 공백을 깨고 신규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 노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어렵게 손을 잡은 마당에 뚜렷한 대안도 없는 외부세력이 몰려가 지역사회와 회사를 들쑤셔 놓는 것은 무책임하다.

10년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에서도 상식과 순리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길거리 정치로 수권능력을 대체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손 대표에게 3차 희망버스는 툭하면 거리로 나가는 맹동(盲動)주의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반값등록금 같은 뜨거운 사회현안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적이 잦았으나 이제 중심을 잡을 때가 됐다. 희망버스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바란다. 이번에도 이쪽저쪽 말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인 손학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릴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