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이런 게 집권여당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요즘 한나라당 행태를 보면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집권여당이라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그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비겁함을 드러냈다. 조 후보자의 국가관 및 안보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4건의 위장전입 사실까지 밝혀졌으니 부적격 의견을 달아 보고서를 채택한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인준을 부결시켰어야 했다.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지만 이런 정당한 의정활동을 회피하라고 국민이 한나라당에 절반이 훨씬 넘는 국회 의석을 준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 시절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현재 무소속)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안 처리를 무산시킨 것도 정도(正道)에 어긋난다. 제명안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부결이든 가결이든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것이 옳은 태도다. 강 의원 건과 조 후보자 건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맞바꾸는 거래를 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머지않아 있을 김준규 검찰총장 후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보류했다는 말도 들린다. 어느 쪽이라도 사실이라면 저질 야합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줏대도, 원칙도 내팽개친 기회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정신이 죽은 정당”이라는 개탄의 민성(民聲)이 커지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형 태극기를 밟고 선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려도 말 한마디 하지 않은 한나라당이다. 이런 썩은 눈, 마비된 의식으로 무슨 재집권을 한단 말인가. 7·4전당대회 ‘경선 룰’을 정한 당헌이 법원에 의해 효력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소속 국회의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에만 몰두하고, 계파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오죽했으면 지난 50여 일간 임시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정의화 위원장조차 “지금 한나라당은 기본을 갖추지 못해 정당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을까.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정치는 건전한 상식대로 하면 되는데 한나라당이 자꾸 잔꾀를 부리려고 하니 답답하고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태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들 크게 기대할 것이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원칙도 없이 비굴한 정치나 하다 보면 돌아올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참담한 패배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